영성

[펀펀 사회교리] (55) 하느님의 자녀로서 성 소수자 ⑥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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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없는 범죄’는 범죄가 아니다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개념
나와 다르다고 처벌해선 안 돼
문화권 따라 여전히 다르지만 사회적 시선 많이 변하고 있어

한숨 돌린 백 신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매우 중요한 개념 한 가지를 알게 됩니다.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개념입니다. 1791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는 형법에서 피해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로 여겨지던 것들을 범죄가 아니라고 정의합니다. 이단이나 마법, 마녀, 동성애 등입니다. 이런 것들은 이전까지 범죄로 여기고 처벌까지 했으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구체적이고 특정한 피해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도 없는데 단지 나와 성적 취향이나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깨달음입니다. 범죄는 내가 싫고 좋고를 떠나서 법에 의한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로 유럽에서 서서히 ‘피해자 없는 범죄’는 범죄가 아니라는 의식이 퍼져 나가게 되고,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라고 여겨지게 됩니다. 베드로씨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피해자 없는 범죄’를 범죄로 여기던 70년대 시절이 있었죠. 알고 계세요? 저는 어릴 때 실제로 보기도 했습니다.”

자랑할 게 없으면 나이가 벼슬이라고, 옛날이야기로 기죽이려는 백 신부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한 베드로가 말을 잇지 못하자 백 신부는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를 한다.

“거, 옛날에는 장발 단속이니 미니스커트 단속이니 해서 경찰들이 젊은이들 머리나 치마길이를 재고 그랬다니까요!(아차, 베드로 얼굴이 찡그러지는 게 옛날이야기 그만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유럽이나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는 성인이라면 서로 합의한 동성애 성행위는 허용한답니다. 또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곳이 많고 극단적으로는 사형에 처하기도 한답니다. 문화권에 따라서 차이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에 의해서 동성애자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 김조광수와 김승환 두 사람의 혼인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에서 각하되었고 아직 논란 중입니다. 어떤 결론이 날지 알 수 없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만해도 입에도 올리지 못하던 말들이 이제 공론의 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발전이라면 발전이고, 세상이 망조가 들었다고 하면 망조가 든 것이겠죠. 베드로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발전일까요 망조일까요.”

“음…. 신부님 어떤 사람의 성적 취향에 대해 답을 강요하는 것도 인권 침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