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해외원조주일 특집] 한국카리타스 여정과 비전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1-24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린 배 채워주고 악순환 끊을 자립기반 마련

카리타스 난민 돕기 캠페인 로고.

해외원조주일(1월 28일)을 맞아 전 세계 가난한 이들에게 한국교회 사랑을 전해온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김운회 주교, 이하 한국카리타스)의 자비 실천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지난해 각종 해외원조 사업에 38억 원을 지원하는 큰 성과를 거둔 것을 촉매로 올해는 난민 지원과 개발 협력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가톨릭신문과 공동으로 글로벌 난민 돕기 캠페인을 시작한 한국카리타스가 지난해 자비 실천을 위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전망을 자세히 살펴본다.

지난해 한국카리타스는 58개 해외원조 사업에 38억6000여만 원(미화 약 342만 달러)을 투입했다. 신자들과 후원회원의 정성어린 기도와 헌금으로 국가와 인종, 종교와 이념을 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헌신한 것이다.

한국카리타스는 시리아 난민을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에 나섰고 분쟁과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구호에 나섰다. 31개 사업에 21억1300여만 원이 지원됐다.

이 중 국제카리타스를 비롯한 전 세계 카리타스 회원기구들과 함께 공동으로 실시한 ‘시리아의 평화는 가능하다’ 캠페인은 많은 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시리아 국내 강제이주민은 물론 전쟁의 포화를 피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난민들을 돌봤다. 시리아 이외에도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수단 다르푸르 등 장기 분쟁 지역 난민, 박해받고 있는 미얀마 로힝야족, 경제 위기로 콜롬비아로 강제 이주된 베네수엘라 난민들에 대한 지원도 잇따랐다.

또 가뭄으로 인해 식량위기가 악화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말라위, 마다가스카르, 부룬디,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을 대상으로 긴급구호 사업을 지원했다. 국가 경제 몰락으로 극심한 빈곤과 식량 위기에 처하게 된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한 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지난해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했다. 전 세계에서 홍수, 태풍, 산사태, 혹한 등 자연재해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태풍과 홍수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도미니카공화국, 앤틸리스 제도, 시에라리온 등에 한국카리타스 도움의 손길이 잇따랐다.

한국카리타스는 긴급구호 이외에도 지역사회 역량을 높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빈곤을 극복하게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다. 27개 중장기 개발협력 사업에 17억4900여만 원이 투입됐다.

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고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아동들을 지원하는 것은 개발협력 사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한국카리타스는 이라크 전쟁 피해 아동, 네팔에 있는 부탄 난민 아동, 태국에 있는 미얀마 난민 아동, 팔레스타인 난민 아동들을 대상으로 통합 교육과 의료 지원에 나섰다. 또 가난하다는 이유로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아동들에게는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들에게 고등교육과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했다. 몽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캄보디아,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볼리비아, 브라질 등에서 한국카리타스 도움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이 장기적인 교육 혜택을 받게 됐다.

이 밖에도 기아 퇴치 캠페인 일환으로 미얀마,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아이티, 에콰도르 등지에서 농업 개발을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복지 영역에 있어서도 미얀마와 에콰도르의 한센인들을 지원하고 아시아 여성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도 지원했다.

올해 한국카리타스는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긴급구호와 개발협력 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난민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국제카리타스 회원기구들과 함께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도록 긴급구호할 예정이다.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한 특별모금과 지구촌 기아 퇴치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한국카리타스 신혜영(아녜스) 국제협력팀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지구촌 현실”이라며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과 함께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난민 아이가 적은 물에도 좋아하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내부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국민 대부분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까지 겹쳐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카리타스는 국제카리타스와 함께 긴급구호를 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아프리카 소말리아는 기나긴 내전으로 인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국제카리타스와 함께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구호에 나서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거의 매년 홍수 피해를 입어 어린이와 여성 등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으며 한국카리타스의 긴급구호가 이어지고 있다.

■ 인터뷰/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

“신자들 적극 후원과 동참 절망 빠진 난민들 구해내”

지난해 6월 한국카리타스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가운데)가 태국에 있는 미얀마 난민 캠프를 찾아 난민 아동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난민 아동들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해외원조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신자 분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카리타스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는 해외원조주일을 맞아 “세상 모든 이들이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신자들이 한국카리타스 올해 행보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부탁했다.

‘카리타스’(Caritas)는 그리스도 사랑을 의미하는 단어다. 추 신부는 그리스도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은 희망을 얻을 수 있었고 하느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느님과 함께라면 아무리 어둡고 힘든 삶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많은 평신도들이 한국카리타스가 펼치고 있는 ‘해외원조’ 사업에 대해 생소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추 신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떤 곳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있다”며 “생소하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카리타스는 세계 난민 문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난민들이 제대로 된 식사라도 할 수 있도록 식량을 지원하고, 난민이 된 아동들이 최소한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나선다. 추 신부는 “기본적인 삶의 질과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난민들”이라며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발협력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카리타스가 가톨릭신문과 함께 시작한 공동 캠페인에 신자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