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새해 그리고 처음이라는 느낌을 더듬어 보며…

박 에스더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1-23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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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하게 살아가던 중 새해를 맞아버렸다. 일하던 곳에서는 새해 다음날 새로운 분이 입사했고, 새 구성원들까지 뽑기 시작하는 중이다. 달리 바쁨을 보며 새해임을, 한 해의 첫 시작임을, 누군가는 처음을 맞이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요즘 들어 정현종의 ‘방문객’이라는 참 좋아하던 시를 우연히 자주 보게 된다. 아무래도 해의 시작인 만큼 처음과 잘 어울리기에 자주 인용되나 보다. 그런데 재작년부터인가 슬프게도 눈송이나 새벽공기처럼 나를 행복하게도, 나를 청명이 깨우기도 했던 새해라는 단어에서 그 느낌이 사라졌다. 재작년은 세상 속에서 답을 찾은 느낌이나, 세상을 더 또렷이 마주하겠다는 마음, 세상 속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수 있겠다는 자기 확신이 무너지고 무뎌져갔고 결국 갑자기 지워진 때였다. 막막했다. 울고 싶었다. 나만 생각하고 싶었고 다 포기하고 싶었다.

나에게 경험은 축복이고 목표는 선물이고 희로애락이란 감정은 자체로 행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지워지고 느낄 수 없고, 무의미해지자 먹먹했다. 사실 아직은 그 회색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늘이 주신 섭리로써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과 누군가들에게 행복의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을 지켜본다. 지켜보며, 나의 행복도 다시금 기다려보고 여전히 행복들을 위해 잘 축복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사람 일생 전체가 오는 것, 부서지기도 쉽고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 그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환대라 말했던 시를 떠올려본다. 처음을 맞이하는 다른 곳 사람들도 환대를 보며 느낄 수 있기를, 하느님 사랑을 찾을 수 있기를, 행복하기를 기도로 남겨본다.

박 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