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유다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1-16 수정일 2018-01-17 발행일 2018-01-21 제 3079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배신도 나름의 이유, 주님은 모두 품어주십니다

【질문】유다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의 입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그저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유다는 예수님을 배신한 나쁜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유다는 인간적으로 유혹에 넘어갔고 예수님을 배신했지만 스스로 뉘우쳤습니다. 또 악역이지만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답변】배신도 나름의 이유, 주님은 모두 품어주십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양성은 항상 존중돼야 하겠지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자기 중심에서 볼 수도 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중심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시야가 좁아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관점 혹은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인간 중심 이론을 발전시킨 심리학자 로저스는 상담을 하는데 있어서 ‘무조건적 존중’ 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 혹은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대접하려는 태도를 지니라는 것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뽑으시면서 그들에게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고쳐 주라고 이르셨습니다.(마르 6,13 참조) 바로 이런 것들이 제자들의 사명일 것입니다.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이 중요한 일일 텐데, 정작 예수님의 의중과는 다른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그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랑하셨던 제자가 예수님을 배반하는 사건일 것입니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1)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그러한 말씀을 듣고 놀라고 걱정이 되어서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유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유다에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유다 이스가리옷(가리옷 사람 유다라는 뜻)’이라는 인물은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아 온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왜 예수님을 배반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성경의 전반에 나타나는 행적으로 미루어보면 인색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유다를 사악하고 부정하며 탐욕스러운 인물로 보기도 하고, 순진한 이상주의자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순진하다’라는 말에는 마음이 꾸밈이 없고 순박하다는 뜻도 있지만,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후자의 뜻으로 해석한다면 유다라는 인물은 자기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어수룩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다라는 인물을 생각을 하면 우선 가슴이 아픕니다. 그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흔히 말하는 배신의 행동을 하였을까?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무조건적 존중이라는 입장으로 그의 행적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하느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히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 틀림없기에 무조건적 존중이라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유다를 예수님의 구원 사업에 필요한 인물이었기에 그런 역할과 그런 행동을 했다고 치부하는 것은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배제하기가 어렵습니다.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정녕 깊습니다. 그분의 판단은 얼마나 헤아리기 어렵고 그분의 길은 얼마나 알아내기 어렵습니까?”(로마 11,33)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