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낙태법 폐지가 요구되는 세상에서

마리아 수녀
입력일 2018-01-16 수정일 2018-01-16 발행일 2018-01-21 제 307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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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낙태법 폐지가 국민 청원으로 요구되는 세상 한가운데 살고 있는 수도자입니다.

묵상 시간에 마음에서부터 떠오르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생각해 보니, 태아의 생명이 소중함을 인식하곤 있었지만 그 태아들도 말을 하고 있음과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삼위일체의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창조된 귀한 생명이라는 종교적 가르침을 떠나서라도 인간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받은 존재입니다.

제 마음으로부터 떠오르는 이 소리 없는 말을 소리로 옮겨 보내는 이 작은 행위가 백척간두에 위태롭게 서 있는 그들(태아)의 생명을 대변하는 작은 소리가 되고 그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고 희망을 실어 보내는 몸짓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보냅니다.

제도적으로 모든 사람이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명유지조차 위협받는 말 못하는 그들이 너무 가엾지 않습니까?

아, 말 없는 말

나는

아직

볼 수 없어

그렇지만

깊이깊이 들어

나는

아직

말할 수 없어

그렇지만

깊이깊이 마음으로 느껴

나는

아직

할 수 없어

그렇지만

무한히 할 수 있어

세상에는 법이 있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해를 입히면

벌을 내리거나 보호해 줘

나는

누가

보호해 줄까?

나는

아직

세상에 보이지 않아

그렇지만

나도 이미 심장 뛰는 사람이야

살고 싶어………

마리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