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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주장 곽윤기 선수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1-16 수정일 2018-01-16 발행일 2018-01-21 제 307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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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향한 부담감 내려두고, 이끌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5000m 계주서 정상 탈환 목표 
유아세례 받았지만 냉담하다
태릉선수촌 경당서 신앙 찾아

곽윤기 선수가 목에 걸린 십자가와 묵주반지를 꺼내 보여주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이하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팀 주장 곽윤기(스테파노) 선수는 금메달을 따겠다는 당찬 포부 대신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좋은 길을 제시해 주실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한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계주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결승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며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맏형’ 곽윤기 선수를 비롯한 남자 대표팀은 12년 만에 올림픽 정상 복귀를 노린다.

분위기는 좋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19일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도 따냈다.

곽 선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마지막 주자였던 그는 4위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며 2위로 추월해 결승선을 통과했다. 시상식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춰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 후 긴 시련이 그를 찾아왔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전 부상을 당한 그는 회복에는 성공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떨어졌다. 4년이 지나 다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곽윤기 선수는 다시 일어섰다. 이번 대회는 누구보다 그가 원했던 순간이다. 그래서 더욱 부담감을 내려놓는 중이다. 작은 차이에서 승패가 갈리는 큰 대회에서 실수는 치명적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할 때 실력 발휘가 더 잘되더라고요. 전에는 무조건 이기자, 잘하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오히려 부담감이 커지고 실수도 많았어요.”

지난해 11월 19일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한 곽윤기 선수의 경기 모습. 곽윤기 선수 제공

평소 긍정적인 성격으로 혼자서도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내지만 힘들 때면 찾아가 만나는 이가 있다. 서울대교구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 담당 임의준 신부(서울 직장인사목부 담당)다. 성당에 다시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3여 년 전 선수촌에서 임 신부를 만나면서부터다.

그는 성가정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유아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매주 성당에 가거나 오롯이 기도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치자 ‘한 번 가볼까’하는 마음에 선수촌 경당을 찾았다고.

그는 미사 내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고 두 손 모으고 기도를 해보니 마음이 따듯해지고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그 후 기회가 될 때마다 기도를 하게 됐다. 그의 목에는 임 신부에게 축복받은 십자가와 묵주반지가 걸려 있다.

곽 선수는 “신부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 특히 경기를 잘 했을 때와 못 했을 때의 마음을 잘 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8년 전 메달을 땄을 때의 소감을 묻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가 서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돌아보게 된다”면서 “높은 자리에 설수록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의 목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잘 마무리 하는 것. 이후 한 해 한 해 차근차근 실력을 닦으면서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