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했던 도성도 무너지고… 영원한 것은 오직 주님뿐 기원전 1000년경 다윗이 세운 도성 최소한만 작업하며 원형 살려 복원 당시 사람들의 삶·신앙 엿볼 수 있어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는 많은 유적지와 성지가 있어서 언제나 순례자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 혹은 ‘평화의 근원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유다인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 도시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평화를 갈구하는 곳이 되었다.
예루살렘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지 가운데 한 곳이 ‘다윗의 도성’(City of David)이다. 기원전 1000년경에 다윗이 여부스족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언덕 위에 도성을 건축했다. 그는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와 이곳이 종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되게 했다(2사무 5-6장 참조). 다윗의 도성은 남북으로 375m, 동서로 120m, 면적은 4.5ha(45,000㎡) 정도다. 성벽의 네 곳에 성문을 만들었고 남쪽과 북쪽의 성문 위에 높은 망대를 세웠다. 성 안에 왕궁과 사람들이 거주하는 집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러나 다윗의 도성과 솔로몬이 만든 예루살렘 성전은 기원전 586년 바빌론 군대에 의해서 모두 파괴됐다. 또한 그때 유다인들은 포로로 끌려가 바빌론에서 70년간 종살이를 했다(2열왕 25장 참조). 크고 작은 돌로 견고하게 축조된 도성은 오랜 세월과 참화 속에서 대부분 허물어졌지만 오늘날에는 복원 작업을 통해서 옛 흔적을 볼 수 있다. 특히 두 곳의 높은 망대는 사람들에게 다윗 시대의 부귀와 영화를 알려주는 듯하다. 이 도성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오늘날에도 유적지에서는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다윗의 도성은 이스라엘의 중요한 유적지일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은 도성의 오랜 역사 속에서의 부침과 그때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신앙을 전해주며 학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유적지의 허물어진 건물에 최소한의 손을 대어 유적이 가진 원형을 살리면서 소박한 전시실을 꾸몄다.
전시실에서는 유물뿐 아니라 현대 기법을 이용한 영상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해 준다. 특히 도성의 다양한 모습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입체 영화로 만들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성을 둘러싼 성벽 위의 길은 방문자들에게 도시 전체를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성벽 길을 거닐면 예루살렘의 장구한 역사와 그 안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도성 안의 마당도 폐허처럼 보이지만 구석구석에 올리브 나무 등을 심어 정원처럼 가꾸었다. 이런 소박한 정원은 사람들을 더 오랫동안 성 안에 머물며 지난 역사를 생각하게 만든다.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