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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첫 ‘예비군인 1일 피정’ 열던 날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09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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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군대생활 돕는 ‘군종신부 활용법’ 아세요?
입대 앞둔 청년 신자와 부모
 군생활 궁금증 풀어주며
 군복무 중 신앙의 중요성 강조
 앞으로 연 2회 피정 마련 계획
“막연한 두려움 떨쳐내고 
 신앙 안에서 힘과 용기 얻길”

대학입시, 취업, 결혼 등 한 사람의 인생에서 거쳐 가는 큰 고비들이 있지만 군복무 역시 입대 영장을 받은 청년에게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교차하는 하나의 관문이다.

1월 6일 의정부교구청 경당에서 봉헌된 의정부교구 첫 ‘예비군인 1일 피정’ 파견미사 중 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입대 예정자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 의정부교구 첫 ‘예비 군인 1일 피정’

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국 청년부(담당 차장 최영록 신부)는 1월 6일 의정부교구청에서 ‘예비군인 1일 피정’을 열었다. 의정부교구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예비군인 1일 피정’은 올해 상반기 입영 대상자 6명과 부모들, 교구 군종후원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입대를 앞둔 신자 청년들에게 교구 차원에서 군생활 전반에 대해 안내하고 청년들이 입대 후 배치 받은 부대의 군종신부로부터 신앙적으로는 물론 생활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청년사목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자리였다.

이날 오전 9시30분을 즈음해 입대 예정 청년들과 부모들은 약간은 굳은 표정으로 의정부교구청 지하 1층 회합실에 모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말들 하지만 군대에 간다는 것은 입대 대상자와 부모 모두에게 큰 걱정과 불안감을 던져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군부대 위문공연으로 유명한 생활성가 밴드 ‘J-FAM’이 잔잔한 피아노 반주로 ‘임마누엘’을 부르며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씩 풀어갔다. ‘J-FAM’ 리더 장환진(요한)씨는 “제가 18년째 군부대를 다니며 위문공연을 하고 있어서 오늘 만난 여러분도 자대에 가면 또 저와 만날 수 있다”며 “입대 전에 군생활에 도움을 주는 피정에 온 여러분들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 찾고 두드리고 구하는 자세로 군생활 하길

입대 예정 청년들은 최영록 신부로부터 이번 피정의 취지와 군복무 기간 중 절실한 종교생활의 필요성, 군종신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도움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등병의 편지’ 반주가 깔리는 가운데 ‘훈련소에 있을 나에게 보내는 위문편지’를 썼다. 부모들은 같은 시각 피정 파견미사 중 보편지향기도로 바칠 아들들을 위한 기도문을 작성했다. 입대 예정 청년들이 쓴 위문편지는 의정부교구 청년부에서 보관하다 입대 2주차에 부대로 보내주기로 했다. 입대 전 생각했던 군인의 모습으로 실제 군생활 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이다.

김성현 신부가 ‘군대에서의 신앙생활’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오후 피정에서는 의정부교구 출신으로 14년째 군종신부로 사목하고 있는 김성현 신부(국군중앙본당 주임·중령(진))가 ‘군대에서의 신앙생활’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맡았다. 김 신부는 1994년 일반병으로 입대해 처음으로 성당에 갔을 때 펑펑 울었던 추억을 먼저 떠올린 뒤 “힘든 군생활을 하면서 오직 군종신부님에게서 큰 위로를 받아 ‘내가 신부가 되면 꼭 군종신부로 4년은 사목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에 끌려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 가족과 여자친구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찾고 두드리고 구하는 자세로 군생활 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군대에서는 신앙생활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것을 알고 성당이 없는 부대에 배치되더라도 미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부대에 꼭 밝히면 차량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대 예정 청년들의 부모들은 면회 가면 군성당에서 아들과 미사를 같이 드릴 수 있는지, 휴대폰을 가지고 입대할 수 있는지, 개인용품은 어떤 것들을 챙겨줘야 하는지 등 궁금증들을 김 신부에게 쏟아냈다.

■ “군대는 자신을 수련하는 인생의 도장”

의정부교구청 5층 경당으로 자리를 옮겨 봉헌한 피정 파견미사는 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주례, 맹제영 신부(교구 총대리), 김동희 신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김성현 신부, 최영록 신부가 공동집전 했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입대 예정 청년들을 향한 애정이 모여 오늘 피정이 만들어졌다”며 “입대를 앞두고 걱정도 되겠지만 군대는 21개월 동안 자신을 시험하고 수련하는 인생의 도장이자 공동체 생활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회생활의 기본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격려했다.

최 신부는 첫 ‘예비군인 1일 피정’을 마치고 “입대 예정 청년들이 군종신부들을 잘 ‘활용’하면 군생활에 큰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영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번 피정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 같은 피정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모들과 교구청을 나오는 청년들의 표정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의정부교구 김부영(요한 사도·22) 신학생은 “2월에 입대하는데 군생활에서 육체의 휴식보다 신앙생활을 통한 영혼의 휴식이 중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고 군종병이 되든 안 되든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