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비료공장 들어선 후 공소 신자들 덮친 공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12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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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명 중 19명 암 발병
전북 익산 장점마을 공소에
2001년 이후 무슨 일이…
독성물질 비료 원료로… 마을 지하수서 발암물질 검출
환경부, 연말까지 역학조사 펼쳐 집단 암 발병 원인 파악

지난해 12월 29일 전주교구 황등본당 신등공소에서 열린 건강 영향 조사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최근 6년 동안 마을 주민 45가구 80여 명 중 10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9명이 암 투병 중인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에 대한 주민 건강 영향 조사가 시작됐다.

장점마을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지역의 작은 시골 마을로 주민 대다수가 천주교 신자다. 전주교구 황등본당 신등공소에 소속돼 있다.

환경부는 ‘환경안전건강연구소’를 조사 용역업체로 선정, 올해 12월말까지 ‘환경 오염 및 주민 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고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했다. 또 12월 29일에는 신등공소에서 이와 관련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장점마을 인근 비료 제조 공장이 암 발생의 원인인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장점마을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주민 10명이 폐암, 위암, 피부암, 췌장암, 간암 등 각종 암으로 숨졌고 9명이 현재 암으로 투병 중이다. 국가 암 등록자료(2011~2014년)에서도 갑상선암 외 모든 암과 여성 피부암 표준화 발생비가 전북 평균에 비해 각각 2.33배와 2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항공사진

이처럼 암 발생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마을 인근에 위치한 비료 생산 공장 폐수가 지목된다. 최근 파산 선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이 공장은 2001년부터 유해 화학 물질이 포함된 연초박과 청산가리보다 6000배나 높은 독성을 지닌 리신이 든 피마자박을 비료 생산 원료로 사용했다.

익산시 자체 예비 조사에서는 마을의 농업용과 가정용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나프탈렌과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이 검출됐다. 특히 비료공장 인근의 소류지에서는 벤조피렌을 비롯한 1·2급 발암물질 등도 검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해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최재철 위원장은 “비료공장이 들어선 후 암 발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다른 지역의 예처럼 두루뭉술한 결과를 발표한다면 주민들을 다시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조사와는 별개로 현재 건강상의 문제와 생업의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인 이미은(사비나)씨는 “익산시가 건강 검진을 했지만 그에 따른 재검과 치료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도 살아갈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발암 물질 검출 지역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마을 농작물의 판매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작물은 어렵게 판매를 마쳤지만 올해 농사는 판로를 찾을 수 없다”며 “환경 오염 조사 결과가 연말에 나온다지만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