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일치운동 의미와 나아갈 방향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09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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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일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적으로 사는 것”
교회 분열 심할수록 그리스도의 상처 더 깊어져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일치’ 향한 노력이 중요
개별교회·신자들 일상에서 일치운동 실천해야

가톨릭교회를 포함해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해마다 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인 1월 25일까지를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으로 지낸다. 하느님을 한 분이신 주님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은 분명히 우리 모두가 용서를 청해야 할 잘못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금 일치를 위한 여정을 걸어가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삶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일치기도를 봉헌한다. 이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교회일치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참된 일치를 이루기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6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의 마지막 날인 1월 25일 로마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에 대해서 용서를 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의 몸의 열린 상처’인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열’에 대하여 하느님께 용서를 청합시다. 다른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가톨릭인들이 보인 ‘비복음적인 행태들’에 대하여 용서를 청합니다.”

■ 일치해야 하는 이유

교황의 이러한 말씀은 교회일치운동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서 더 말할 나위 없이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열린 상처’다.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이 극심하면 할수록 그리스도의 상처는 더 깊어간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비복음적인 행태들’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동시에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 받은 모욕을 용서하라고도 가톨릭교회의 모든 형제들에게 요청했다. 그럼으로써 교황은 ‘지난날의 잘못’이 오늘날 ‘우리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치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로마 주교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 즉 ‘갈라진 형제’들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더 나아가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선포’하는 ‘같은 사명’에 매진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교회일치운동의 근거는 요한복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요한 17,21)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이듯 모든 믿는 이들이 하나가 되고, 아버지의 영광을 아들이 받듯이 믿는 모든 이들이 아버지의 영광을 받아 누리도록 해달라는 것이 예수의 기도였다.

교회일치운동에 대해 신정훈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는 “개종 운동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원하셨던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모든 믿는 이들은 그리스도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마침내 일치를 이룬다.

2017년 1월 25일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주간 기도회에 입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탈리아 정교회 수장 겐나디오스 대주교. CNS 자료사진

■ 일치운동의 역사

교회일치운동은 20세기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Unitatis Redintegratio)을 통해 ‘교회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했다. 즉 통교(通交)로서의 교회론을 제시함으로써 가톨릭과 개신교가 일치를 모색할 수 있는 신학적 전망을 마련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진행되던 1964년 바오로 6세 교황은 동방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아테나고라스 총대주교를 방문했다. 1965년에는 동서방 교회 분열을 야기했던 1054년의 상호 파문을 취소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1967년부터는 루터교와 공동 위원회를 구성, 지속적인 신학적 대화 노력을 이어왔다.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1999년 가톨릭과 루터교는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7년 뒤인 2006년 감리교와도 의화 교리에 대한 공동 선언을 발표함으로써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가장 큰 신학적 난제 중 하나였던 ‘구원’에 대한 신학적 논쟁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일치운동에 대한 새로운 전망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활발한 일치운동의 장을 열었다.

주교회의는 1965년 ‘전국 그리스도교 재일치위원회’를 설립했다. 1968년에는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가톨릭과 개신교 합동기도회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었다.

‘공동번역 성서’는 한국교회 일치운동의 가장 획기적인 성과 중 하나였다. 1968년 가톨릭과 개신교는 공동번역위원회를 구성해 1971년에 ‘신약성서’, 1977년에 ‘구약성서’를 함께 번역하고 발간했다.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가톨릭과 개신교는 민주화, 노동, 정의평화운동의 현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만났다.

이후 정치적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1990년대 이후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은 침체되기 시작했다. 또 일부 종단은 성장주의에 빠져 타 종교와 종단을 경쟁자로 간주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그리스도교는 다시 일치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대화와 만남의 장을 이어가고 있다.

■ 일치운동의 과제

다원주의 사회 안에서 더 이상 종교간 경쟁은 그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오늘날 참된 복음화의 과제는 ‘얼마나 많은 신자들에게 세례를 주어 신자 수를 늘리느냐’가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복음적으로 살아가는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일치를 위한 노력은 복음화의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일치운동이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의 일상 안에서의 일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교회 지도층의 일치 노력이 개별 교회나 신자들의 일상으로까지 확산될 때에만 일치운동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선 본당과 교회 공동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적이다. 지역의 여러 종단들 간에 공동선을 증진할 수 있는 연대 활동도 일치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일부 본당은 지역의 개신교 교회와 타 종교와 공동으로 다양한 포럼과 바자, 복지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본당의 사목적 프로그램들을 계발하고 진행하는 사목자들이 일치운동에 대해 올바로 알고 이를 실천하는데 관심을 더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