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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낯선 이방인’ 서양 선교사가 기록한 조선의 이모저모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1-02 수정일 2018-01-02 발행일 2018-01-07 제 307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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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골롬반외방선교회 지음/ 박경일·안세진 편역/ 648쪽/ 3만2000원/ 살림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신자들 스스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왔다. 한편으론 어떻게 신앙을 영위해나갔는지 궁금증을 일게 한다.

이러한 궁금증들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펴낸 「극동」이다.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조선인들의 신앙과 생활에 대해 기록한 글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국제 가톨릭 선교단체인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기관지인 「극동(極東, The Far East)」에 기고한 글들을 한데 엮은 것이다.

1933년 11월부터 1953년 12월까지 기고된 글은 총 86편이며 선교사들이 바라본 천주교 신앙의 정착 과정, 박해 사건 및 당대의 생활양식을 기록했다. 특히 한 명의 저자가 기록한 글이 아니라 여러 명이 쓴 글들을 모아 엮어 글의 내용이 방대하고 다양하다.

「극동」을 보면 당시 조선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듯 생생하다.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조선인은 학구열과 유머가 넘치고 화려한 의전을 좋아하는 자들이었으며, 한편으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앙심을 가진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기록했다. 더불어 책에서는 조선 나환자의 생활, 피난민, 여성 신자들 등 쉽게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도 다수 포함됐다.

책은 시대 순으로 제1장은 1930년에 실린 기사로 천주교 신앙이 조선에 내린 뿌리에 대해 실었다. 제2장은 1940년대에 실린 기사로 일제강점기와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 신앙을 영위해나간 내용이며 제3장은 1950년대에 실린 기사로 6·25전쟁 당시 박해를 당한 선교사들의 고난에 대해 수록했다.

아울러 타국에 발을 들인 선교사들의 눈에는 조선의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보는 조선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한 선교사는 조선을 둘러보며 관찰한 내용을 “조선인은 소박한 심성에 선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고, 그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기록했다. 이처럼 「극동」에는 서양 선교사들의 일화를 통해 조선 전통의 생활양식과 풍경, 조선의 문물과 산업, 조선인들의 성품과 신자들의 이야기, 신앙 박해 상황, 6·25전쟁의 참상과 전후 복구 과정에 대해서도 방대하게 담겼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