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열정과 균형 사이 / 손서정

손서정 (베아트릭스) 평화활동가
입력일 2018-01-02 수정일 2018-01-02 발행일 2018-01-07 제 3077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바쁜 일상의 삶 속에서 가톨릭 신자로 살면서 주일미사 참례와 기본적인 의무 정도만을 유지하던 내가 주님을 더 깊이 알기 위한 첫 시작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전에 살던 지역의 본당에 첫 주임으로 부임하신 신부님께서 성탄 전 100일 동안을 특별한 기간으로 정해 신자들에게 평일미사 참례를 격려하며 100일 동안 묵상 나눔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셨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목표가 생기면 좀 더 열정으로 정진하게 되는 것 같다. 당시 젖먹이 아이를 키우던 나는 100일이라는 그 날을 향해 매일미사를 드리기로 결심했다. 찬바람과 눈발이 날리는 겨울밤에 유모차에 잔뜩 담요를 씌우고 걸어가서 저녁미사를 드리고, 월요일 새벽미사를 놓치면 아이를 들쳐 안고 월요미사가 있는 명동성당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어린 아이를 반기시듯 주님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다가오셨다. 주님을 가까이하면서 하나씩 알게 됐고, 알아가는 만큼 조금씩 젖어들어 사랑에 빠지게 됐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를 더 알고 싶고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살피게 된다. 열정적인 사랑에 더해 그분에 대한 궁금함과 심오한 원리를 알고 싶은 마음에 미사참례뿐만 아니라 기회가 닿는 대로 특강이나 사회교리수업에 참석하고 가톨릭대학교의 대학원 강의 등을 골고루 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배워가는 앎과 살아가는 삶이 서로 일치하도록 노력했다. 내가 좋아하던, 내게 익숙한 삶의 형식에만 안주하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다가가 배워가면서 열정에만 매몰되지 않으려던 노력이 그나마 적절한 여과를 거친 안전망이 돼 내 삶의 균형을 지니게 해줬던 것 같다.

우리 한반도인은 모두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렬한 염원과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다. 북한 땅이나 남한 땅에 사는 사람들, 태극기집회에 나가거나 촛불집회에 나가거나 우리 모두는 그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며 역할에 투신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 상대의 진영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남의 탓이라 하고 있을까.

강한 신념은 좋은 덕목이지만, 앎을 받아들이는 데 적용이 되면 완고함으로 전락하고 만다. 특정한 세력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용되지 않으려면 신문과 방송매체, 인터넷뿐만 아니라 편향되지 않은 전문적인 서적과 개념을 정리한 이론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더구나 기존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려면 여러 곳의 다양한 지점들을 마음을 활짝 열고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의 심장을 자극하는 열정이 과연 정당한 곳을 향하고 있는가. 그 길이 상대를 공격하고 비하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답은 명확하다. 그 삶은 예수의 삶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답을 찾으려는 구체적인 노력들이 더해질수록 우리는 특정 기득권이 제시하는 답에서 벗어나 정의와 평화가 만나는 진정한 해답에 근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시작은 내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한 다른 방면의 전문서적 두 권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겠다.

손서정 (베아트릭스) 평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