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아시아 교회와 아시아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n사진 가톨릭신문
입력일 2018-01-02 수정일 2018-01-03 발행일 2018-01-07 제 3077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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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억압과 도전 받는 대륙… 복음의 갈증 점점 커져
아시아에 이민과 난민현상 갈수록 심화, 급속한 경제 발전이 소득 불균형 키워
성 요한 바오로 2세 「아시아 교회」 반포
새 복음화와 선교 사명 수행 과제 제시, 크고 생동적인 아시아서 큰 수확 기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데 이어 2015년에는 필리핀과 스리랑카를, 2017년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했다. 멀리서 선언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만나고 대화하기 위한 행보였다.

특히 교황은 “많은 다양한 문화가 생겨난 이 광활한 대륙에서, 교회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대화와 열린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2014, 한국,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고 강조한 바 있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아시아 교회의 역할과 아시아 복음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제삼천년기, 아시아 교회 뿐 아니라 보편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왜 ‘아시아 복음화’에 집중돼 있는가.

가톨릭신문 창간 100주년 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의 문을 열며, 교황 권고 「아시아 교회」의 주요 내용과 아시아 대륙의 사회·경제·정치·문화·종교 등의 현실을 바탕으로 복음화의 의미를 짚어본다.

■ 아시아 교회에 전하는 권고

앞서 밝힌 대로 아시아 교회는 교회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예수가 제자들을 파견한 이후 교회는 예루살렘에서부터 인도까지 뻗어나갔다. 3~4세기 시리아교회는 아시아 복음화에 큰 힘이 됐고, 7세기에는 중국에 교회가 세워졌다. 13세기에는 몽골인과 터키인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졌다. 하지만 14세기 말 이후 남인도를 제외하고 아시아 전반에서 교회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1622년 교회가 포교성성(현 인류복음화성)을 설립하면서 이어졌다. 그레고리오 15세 교황이 선포한 교서 「불가해한 하느님 섭리의 신비」를 바탕으로 설립된 포교성성의 임무는 온 세상에 신앙을 선포하는 것이다. 포교성성은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성직자를 양성하고 선교단체를 지원하고 지지한다. 1659년 중국에 대목구장을 파견하면서 발표한 「대헌장」 훈령에서는 지역교회의 성장과 방인사제의 양성을 더욱 강조했다. 또한 포교성성은 “선교의 목적은 신앙을 선물하는 것이지 선교사 본국의 문화를 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신앙과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지역의 관습과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1990)에서 “교회의 만민 선교가 역점을 두어야할 아시아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수가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교회의 선교활동은 주로 아시아를 향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FABC 제6차 총회 연설 중에는 “제일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9년 권고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를 발표, 아시아 복음화 사명에 대해 본격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문헌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인과 아시아 대륙 전체를 위해 쓰여지고, 아시아 복음화의 의미를 밝힌 교황 문서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더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문헌을 통해 제삼천년기를 맞아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활동이 아시아의 현실 속에서 갖는 의미를 밝혔다. 이어 새로운 복음화와 선교 사명 수행을 위한 아시아 교회의 과제를 제시했다.

몽골 다르항본당 주임 리움 신부(살레시오회·홍콩)가 한 아기에게 유아세례를 주고 있다. 다양한 갈등으로 고통받는 아시아 지역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생명으로 이끄는 복음에 갈증을 느낀다.

■ 복음에 대한 갈증

아시아는 그 어떤 대륙보다 급속한 사회·경제적 발전과 세계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모습이 경제적 양극화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가 발간한 ‘2015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 서베이’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소득 불평등, 즉 경제적 양극화를 겪고 있다. ‘무한 경쟁’을 야기하는 세계화가 급속도로 이어지지만, 경제성장의 성과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은 결과라는 말이다. 또한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는 빈곤과 비빈곤을 구분하는 ‘빈곤선’(poverty line)인 하루 수입 1.9달러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통계와 달리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 혹은 발전 중인 나라도 있지만, 극심한 가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도 부지기수다.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경제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물질주의와 세속주의, 이민과 이주, 착취와 억압, 미디어와 연예사업 등은 아시아의 문화와 종교심성, 가정과 사회 전체를 위협한다. 이는 복음화를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애물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유구한 문화는 세속적, 물질적, 쾌락주의적, 소비주의적, 상대주의적인 문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민과 난민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져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이른바 ‘새로운 노예 제도’라고까지 평가될 정도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들과 테러범 등은 각국에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는 주범이다. 또한 아시아에는 여전히 신권정치국가부터 군사독재, 민주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정부가 존재하면서 종교 자유를 위협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족 갈등, 군비증강과 핵 위협, 의료와 사회복지의 결핍 등도 생명을 지속적으로 위협한다. 각종 사회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사회관계망은 새로운 도전을 낳고, 지구 온난화 및 기후 변화와 관련된 생태문제는 갈수록 큰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느 대륙보다 새로운 생명으로 이끄는 복음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여러분의 현존은 성령의 힘에 맡겨진 풍요로운 씨앗입니다. 이 씨앗은 다양한 문화들, 오래된 종교들,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자라납니다. 아시아 교회는 흔히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많은 곳에서 박해를 받기도 하지만, 굳건한 믿음으로 정의와 생명과 화합을 선포하는 그리스도 복음의 소중한 현존입니다.”(2012년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후 세계 주교들이 전 세계 신자들, 특히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한 격려와 권고의 말 중)

아시아에도 신앙은 주어진 선물인 동시에 나누어야할 선물이다(「아시아 교회」 제10항).

필리핀 마닐라의 한 빈민촌. 아시아는 정치·경제적으로 만연한 빈곤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아시아 교회 통계

복음화율 3.2% 불과… 유럽보다 선교 활발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율은 3.2% 수준이다. 총 신자 수도 1억4141만2000명에 불과하다. 브라질의 신자 수는 1억7222만2000명으로, 아시아 대륙 전체 신자 수보다 많다.

세계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17.7%, 그 수가 12억8481만 명인 것에 비해서도 아시아의 복음화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UN 연감에 따르면 세계 총 인구는 2015년 6월 30일 기준 72억4894만1000명이다. 그 중 아시아 인구 수는 44억1912만5000명으로 세계 인구의 60%가 넘지만, 신자 비율은 턱없이 낮다.

교황청 국무원 통계처가 펴낸 「교회 통계 연감 2015」(Statistical Yearbook of the Church 2015)에 따르면, 2015년 12월 31일 현재 전 세계 5개 대륙 중 아메리카 대륙의 복음화율이 63.7%로 가장 높다. 이어 유럽 39.9%, 오세아니아 26.3%, 아프리카 19.4%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희망의 빛은 꺼지지 않았다. 아시아 신자 수는 전년 대비 1.13%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성인 세례자 비율도 16.9%로 유럽 등에 비해 선교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는 538개의 교구와 25만2430개의 본당이 있다. 전년도에 비해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사제 수는 1104명, 지망자 수는 272명이 늘어 성직자 활동과 양성면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n사진 가톨릭신문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