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다리는 행복」 낸 이해인 수녀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12-26 수정일 2017-12-27 발행일 2018-01-01 제 307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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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글/ 해그린달 그림/ 400쪽/ 1만5000원/ 샘터
따뜻한 말 한마디에 제가 위로받았듯… 따뜻한 얘기들로 지친 마음 위로합니다

12월 19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해인 수녀.

“암 투병을 할 당시 수술을 앞두고, ‘이 몸을 수리해서 더 좋은 몸을 받는다고 생각하십시오, 촛불을 켜고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제 주치의 선생님이 보낸 문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12월 19일 서울 동자동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열린 새 책 「기다리는 행복」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따뜻한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 수녀는 9년 전 대장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했다. 투병을 하면서 선종했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었다. 이 수녀는 당시를 회고하며 수술을 앞두고 받은 문자 한 통에 두렵던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털어놨다. 이 수녀가 큰 수술 전, 주치의의 진심이 담긴 말에 큰 위로와 용기를 전달받은 것처럼 6년 만에 내놓는 책 「기다리는 행복」 역시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줄 포근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책에는 저자가 만난 사람들, 혹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사물들까지도 이 수녀만의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 올해 수도서원 50주년을 맞는 이 수녀는 첫 서원을 하고 느꼈던 1년여간의 일기를 책에 수록했다고 밝혔다.

이 수녀는 오랜 시간 수도자로 살아온 소감에 대해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고맙다.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저녁노을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언니 수녀님이 돌아가시면서 그분 몫까지 더 착한 수도자로 기쁘게 살아가야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책 표지에도 사랑으로 저를 키워주신 수도공동체와 언니 수녀님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쓰여 있듯 그를 수도생활로 이끈 친언니인 이인숙 데레사 말가리다 수녀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 수녀는 “나는 수도자의 길을 걸을지 전혀 몰랐다. 언니가 보내준 편지들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생활을 하면서 물빛 평화, 담백한 평화가 무엇인지 깨달았고 다양한 계층과 연결되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 수녀는 이 자리에서 한국 사회와 현대인들에게 하고픈 말로는 ‘접인춘풍, 임기추상(接人春風 臨己秋霜)’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었다. 이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날처럼 따뜻하게 대하며,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릿발처럼 대하라’라는 뜻으로 최근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풍조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욕심이 많은 사회다. 이를 벗어나 관대한 마음으로 타인을 대할 때 더 의미가 커진다”며 “우리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나, 그리고 우리에만 갇혀있지 않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 수녀는 동화집필에 대한 이야기도 내놨다. 그는 아이들과 소통하며 풍성한 감정 표현과 삶의 의욕, 감탄사를 회복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다리는 행복」에도 이 수녀가 만난 서울 성일초등학교 학생들의 사진이 실렸다.

이처럼 오랜 소통 끝에 그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듯하다. 이 수녀는 아이같은 천진한 미소로 책에 담긴 핵심 메시지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것을 발견하는 것을 사랑하고 당연한 것을 기뻐하는 것을 담았습니다. 일상 안에서 영성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 수녀가 다하지 못한 마음 따뜻한 이야기들은 신작 「기다리는 행복」에 담겼다. 책을 통해 차곡차곡 마음의 온도를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