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보도, 그 이후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2-19 수정일 2017-12-20 발행일 2017-12-25 제 3075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작은 사랑 모이고 모여… 희망 키우고 생명 살렸다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모으면 밥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는 십시일반이라는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를 그리스도교적 사랑에 결합시켜 도움이 절실한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뻗어 왔다.

올해 역시 현재 모금이 진행 중인 필리핀 이주노동자 카이사르 아론(34·12월 10일자 8면 보도)씨를 제외하고 모두 16명에게 총 4억159만7881원을 전달했다. 이 액수는 어린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 쥐어진 용돈부터 어르신들의 쌈짓돈까지 말 그대로 십시일반의 정성이 쌓인 액수라는 면에서 그 값어치는 단순 액수를 초월한다. 특히 올해는 ‘기부 포비아’(Phobia)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기부금이 본래 목적대로 쓰이지 않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진 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답지한 4억 원이 넘는 성금은 독자들의 뜨거운 이웃사랑 정신을 담고 있다.

올해는 성금을 전달 받은 16명 중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5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가 국적과 종교를 초월해 인류보편적인 사랑나눔을 실천했음을 알 수 있다.

■ 절망에서 희망으로

‘총동맥줄기’라는 희귀한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필리핀 자이로스 당귈란(10·2016년 12월 11일자 8면 보도)군은 독자들의 도움으로 심장에 삽입해 놓은 호스를 새로 바꾸는 3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서 살며 학교에도 잘 다니고 있다. 4400만 원이 넘는 수술비는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으로 해결했고 신문사에서 모금한 성금은 전액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주사목위는 기금 사용에 관해 논의 중이며,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매달 일정액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남은 금액은 추후 4차 수술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선천성 무항문증을 갖고 지난해 12월 30일 태어난 뉴이어 파마판(2월 26일자 8면 보도)군은 독자들의 도움으로 입원 중 발생한 병원비를 모두 납입하고 태국으로 돌아갔다. 뉴이어군은 태국에서 성공적으로 인공항문 수술을 받고 자연스럽게 배변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독자들이 모아준 성금은 서울 이주사목위에서 관리하며 뉴이어군의 수술비를 변제하는 데 사용했다. 나머지 금액은 이후 정기검진에서 발생하는 치료비로 사용된다.

뉴이어군의 어머니 시리폰 판피산(35)씨는 태국에서 “뉴이어가 건강하게 크고 있다”며 “치료비 걱정 없이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뉴이어가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는 인사를 보내왔다.

8월 13일자 8면에 보도된 베트남 응우엔 반 따이(요한 사도·39)씨에게 보내준 독자들의 성원은 베트남에 있는 반 따이씨의 부인과 세 자녀에게 희망의 끈이 됐다. 너무 늦게 비인두암을 발견한 반 따이씨는 귀와 임파선, 간까지 암이 전이돼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반 따이씨의 작은 소망은 가족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는 것이다. 마산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반 따이씨의 소망을 들어주고자 내년 1월 경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6·25 전쟁 직후 지어진 60여 년 된 집에서 보일러시설 등 노후로 추위에 시달리며 열흘만이라도 제대로 된 집에서 살고 싶다고 호소했던 이정옥(가타리나·85·대전 삼성동본당·9월 3일자 6면 보도) 할머니는 성금전달 후 본당 사회복지분과와 연계해 보일러 수리와 부엌 가스레인지 시설 수리 등을 마치고 엄동설한의 추위를 피하게 됐다. 또한 본사 미주지사를 통해 추가로 180만 원 정도의 성금이 전달돼 미국 교포신자들의 따뜻한 마음에도 감사를 표시했다.

■ 그래도 희망을 찾아

젊은 나이에 저산소증으로 쓰러진 강창민(요한·30·광주 장덕동본당, 3월 19일자 8면 보도)씨는 성금 전달 이후에도 병세에 큰 차도 없이 병원에서 계속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강씨의 아내 박보미(요안나·32)씨는 “남편의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며 “밝은 모습으로 잘 자라는 두 딸에게서 희망을 찾는다”고 밝혔다.

암과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니 이복순(비비안나·87·서울 구로3동본당, 7월 2일자 8면 보도)씨를 돌보는 이정례(마리아·65)씨 역시 아직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씨는 “시급했던 어머니 암 치료는 어느 정도 끝나가지만 어머니 치매가 심해져서 걱정이고 힘들더라도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생업과 어머니 병간호로 정신이 없는데 생활에 좀 여유가 생기면 도움 주신 독자들을 기억하고 저도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돕겠다”는 뜻도 전했다.

사지마비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김홍용(42·본지 6월 11일자 8면 보도)씨와 희귀병 진행성근이영양증을 치료하는 김민수(22)·민규(20) 형제(4월 9일자 6면 보도)도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안타까운 소식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악성 림프종으로 투병 중이던 어린 세 자녀의 아버지 이승제(33·9월 24일자 8면 보도)씨는 안타깝게도 성금 모금 마감을 하루 앞둔 10월 9일 패혈성 쇼크로 갑작스레 하느님 품으로 떠났다. 독자들이 보내온 성금은 인천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를 통해 부인 김혜선씨에게 전달됐다.

혈관암으로 투병 중이던 몽골인 환아 에네렐 암흐바야르(4·10월 15일자 6면 보도)군은 11월 1일 독자들의 성금을 전달받은 뒤 하루하루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힘든 시간을 보내다 11월 4일 폐출혈과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에네렐군의 어머니 체벨냠 넬구이씨가 성금 전달식에서 독자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구슬로 정성껏 수를 놓은 액자를 가톨릭신문사에 전달한 후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