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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 순교자 가족들… 그 절절함을 마주하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12-12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2-17 제 307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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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태 지음/ 254쪽/ 1만3000원/ 단내 성가정성지
「단내」는 1866년 병인박해의 광풍을 헤치며 걸어온 신앙선조들의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이자 배경인 ‘단내’는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교우촌의 이름이다. 김대건 신부의 사목방문지 중 하나였던 단내마을은 하느님의 종 정은(바오로)과 그 재종손 하느님의 종 정양묵(베드로), 그 일가가 신앙생활을 하던 곳이었다.

저자 김문태(힐라리오)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소설이라는 문학형식을 통해 사료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를 통해 소설을 읽는 이들은 마치 순교자들이 살아가는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고, 시나브로 그 절절한 신앙의 삶에 빠져든다.

하느님을 믿고 온 가족에게 신앙을 선물한 정은, 대부(代父)인 정은을 따라 순교하겠다고 나서 백지사(白紙死) 당한 정양묵의 신앙 이야기. 물질보다는 정신을, 육체보다는 영혼을, 찰나보다는 영원을 추구하는 순교자들의 모습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진정 추구해야할 가치와 참 행복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순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소설에서 의도적으로 순교자의 삶과 순교 후 가족들의 삶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뤘다. 살아남은 가족들이 신앙, 그 한 가지를 지켜내기 위해 감내해야했던 친척·이웃들의 멸시와 천대, 타향살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혹독한 가난, 그리고 30여 년 만에 마침내 다시 이 ‘단내’라는 교우촌을 이룩하기까지. 소설은 ‘죽음’이 아닌 ‘삶’으로써 순교했던 신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문태 교수는 “우리가 신앙선조를 떠올릴 때 순교한 당사자만 생각하곤 하지만 순교자의 삶이 그 죽음에서 끝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면서 “순교 후 가족들의 삶을 통해서 순교자의 신앙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추천사를 통해 “삶에 지친 분들, 신앙의 확신을 얻으려고 애쓰는 분들이 소설 「단내」를 통해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