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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노드 본회의 개막] ‘순교’ ‘사제’ ‘평신도’ 의제 선정 배경과 의미

이주연 miki@catimes.kr rn사진 박원희
입력일 2017-12-12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2-17 제 307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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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징표’와 ‘순교영성’ 바탕으로 쇄신 의지 천명

대전교구 시노드가 2년간의 기초·준비단계 과정을 마무리하고 시노드 뼈대라 할 수 있는 본회의 단계에 들어섰다. 2018년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으며 열리는 본회의는 지난 2년 동안 이뤄진 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 시간들을 바탕으로 쇄신과 새로운 복음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본회의 개막메시지에서 선포된 시노드의 의제는 ‘순교’ ‘사제’ ‘평신도’다. 이 같은 의제를 아우르는 대전제는 ‘시대의 징표’ 즉 「복음의 기쁨」과 ‘순교영성’으로 발표됐다. 의제 선정 배경과 의미를 정리해 본다.

■ 「복음의 기쁨」과 ‘순교영성’

‘시대의 징표’와 ‘순교영성’이라는 두 가지 전제는 2015년 시노드 개최 선포 메시지에서부터 제시된 것이다.

‘시대의 징표’는 2013년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 특히 제33항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목은 자기 공동체가 지닌 복음화의 목표와 조직, 양식과 방법을 과감하게 창의적으로 제고하도록 권유한다’는 내용에 바탕을 둔다. 시노드는 이를 근거로 “숫자를 늘리는 선교 의미가 아닌, 새롭게 신앙에 생기를 불어넣고 우리 사회의 고통과 악을 치유하는 참다운 복음화 활동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즉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목’ 을 근거로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변화 모델을 발견하고 이를 시노드에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대전교구 사목교서에서도 드러나듯 「복음의 기쁨」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더불어 교구의 교회쇄신 의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시노드 개막은 그 흐름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구는 그 두 가지 요인을 ‘주님 뜻에 맞는 교회 모습으로 쇄신하라는 소명’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이 시노드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시노드를 관통하는 두 번째 큰 전제인 ‘순교영성’은 ‘시대의 징표’라는 시노드 지향점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선교를 향한 신앙인의 모델로 ‘순교자’를 지목한 것이다. 여기서 순교영성은 단지 순교자들의 죽음만을 바라보며,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 아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분들이 삶으로 증거한 신앙과 삶의 여정을 말한다. 개막메시지에서 순교를 ‘박해하는 자들 앞에서 신앙을 증거하는 행위로 맞은 자발적인 죽음, 곧 신앙의 증거’로 풀이한 유 주교는 “시노드 또한 ‘교회를 통한 하느님 활동을 증거하는 장’이라고 할 때 오늘 우리가 순교영성을 사는 길을 모색하는 작업 또한 시노드”라고 강조했다.

순교영성은 ‘순교자들이 피로 지켜낸 신앙의 터전 위에 세워진 교회’를 자부하는 대전교구에 보다 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순교자들의 신심을 본받는 삶이 교회의 뿌리이자 과정이고 목표’로 부각돼 왔던 면에서 시노드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모델을 찾는 교구 전체에 ‘순교영성’은 재삼 중요한 신앙 좌표로 떠오르게 됐다.

■ 순교·사제·평신도

대전교구 시노드의 첫 번째 의제인 ‘순교’는 「복음의 기쁨」과 함께 시노드를 꿰뚫는 큰 줄기이자 공통 의제의 성격을 지닌다. 무엇보다 여기서 지칭되는 ‘순교’는 구체적으로 ‘순교자들의 삶’이다. 학술적인 논쟁이나 토의 대상으로 삼기 보다는 다른 의제들 안에서 순교자들의 삶을 함께 바라보는 식으로 다뤄진다. 순교자들이 보인 공동체적인 삶과 사회복음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기억하고 그 자세를 삶으로 받아들여 사목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평신도는 일상에서의 순교를, 사제들은 사목을 통해 순교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두 번째 의제 ‘사제’는 시노드 준비단계에서 진행된 사제들의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설문조사 참여 사제들은 ‘앞으로 교구가 주력해야 할 분야’(1순위)에 대해 ‘사제쇄신’을 꼽은 바 있다. 사제들 스스로가 쇄신의 주체로 ‘사제’를 지목한 것이다. 이 의제에서는 사제의 영성과 생활, 직무, 공동체 운영과 친교 등 다양한 관련 주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세 번째 의제인 ‘평신도’는 한국교회가 ‘평신도 희년’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적절한 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제는 평신도들이 각 시대 상황마다 선교와 증거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해 왔지만 죽음의 문화가 신앙인들의 삶과 공동체를 위협하는 시점에서 ‘평신도의 위기는 곧 교회의 위기’라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여기에서는 ‘세상 안의 평신도 역할’ 주제를 비롯해서 가정·생명·노인·청소년·냉담교우 문제 등이 다뤄지게 된다.

12월 8일 오전 10시30분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대전교구 시노드 본회의 개막미사 중 사제들이 시노드 본회의 진행절차에 대한 안내를 듣고 있다.

■ 시노드 본회의 어떻게 준비됐나

지난 2015년 12월 8일 시노드 개막 선포 메시지 발표로 막을 올린 대전교구 시노드는 약 7개월의 ‘기초단계’를 가졌다. 이 단계에서는 시노드에 대한 신학적 교회법적 자료들을 연구하면서 준비단계 및 본회의로 진행되는 과정이 모색됐다. 또 교회 활동의 다양한 주역들과 분야들을 9개 분과(성직자·수도자·평신도·전례·신심활동·본당사목·교회운영·가정생명·사회복음화)로 설정하고 전체 시노드의 윤곽을 잡았다. 분과 활동에는 총 130명이 참여했다.

2016년 7월 5일에는 솔뫼성지에서 ‘준비위원회’가 출범했고 이를 통해 ‘준비단계’가 본격 가동됐다. 이 기간 동안 기초단계에서 정해진 9개 분과의 토론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또 교구 전체 본당에서 ‘신자의식조사’ ‘냉담교우 조사’ ‘본당 진단’ 등을 주제로 신자들의 의견 청취가 이뤄졌다. ‘본당 한마당’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어려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가운데 설문조사 결과는 각 개별 조사별로 분석보고서로 발행됐으며 개별 본당별 보고서도 완성됐다. 시노드 과정 중에 전체 분석보고서가 발행될 계획이다.

대전교구 시노드 본회의 개막미사 후 유흥식 주교가 미사에 참례한 신자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미사에는 시노드를 통해 교회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청소년·청년·이주민·장애인들이 초대됐다.

시노드 본회의 개막미사 중 총대리 김종수 주교가 휠체어석에 앉은 신자에게 성체를 분배하고 있다.

# 시노드 알아보기

- 시노드(synod)란?

: ‘대의원회의’로 번역되는 ‘시노드’는 그리스어 발음을 라틴어로 표기한 말이다. 그리스어로 ‘함께, 같은 장소, 동시에’ 등 뜻을 지닌 ‘syn’이라는 단어와 ‘길, 거리, 통로, 방법, 여정’ 등을 뜻하는 ‘hodos’란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다. 즉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다른 여러 곳에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초대교회 이래로 교황이나 주교는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성직자·신자들과 함께 의논했고, 이를 시노드라고 불렀다. 넓은 의미에서는 함께 모인 사람들이 같은 목표 안에서 문제를 연구 검토하고, 효과적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 시노드에는 어떤 종류가?

: 크게 교구 시노드와 주교 시노드로 나뉜다. 교구 시노드는 교구장 주교가 교구 내 사제와 수도자, 일반 신자 등으로 구성된 교구 대의원을 소집하는 회의다. 주교 시노드 경우 교황이 전 세계 주교 대의원을 소집한다. 주교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생겨난 제도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후인 1965년, 주교 시노드를 상설 기구로 설치하고 바티칸 내에 이를 관장하는 시노드 사무국을 설립했다.

- 한국교회 시노드 역사는?

: 한국교회 안에서는 조선대목구 시노드(1857, 1868, 1884)가 열렸으며 서울대목구에서도 시노드(1922)가 개최됐다. 이후 부산(1982~1984) 대구(1997~1999, 2011~2012) 인천(1999~2000) 수원(1999~2001) 서울(2003) 청주(2007~2008)교구가 각각 시노드를 진행했다. 이렇게 볼 때 대전교구는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일곱 번째 교구가 된다.

- 어떤 기능을 하나?

: ‘하느님과의 일치’ ‘쇄신과 개혁의 도구’ ‘교회다운 질서 확립의 도구’ ‘교육의 도구’ 역할로 볼 수 있다. 시노드가 ‘함께하는 여정’이라면 이 여정은 무엇보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소집하며 ‘성령께 기도하는 것’으로부터 공의회 준비를 시작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시노드와 공의회는 항상 쇄신과 개혁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시노드를 통해 정리와 반성, 미래에 대한 전망과 목표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또 시노드에서는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각 신원들 사이의 갈등이나 조직 안에서의 문제들을 성찰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율이 확립될 수 있다. 더불어 시노드 기간은 모든 교구민이 신앙에 대한 의식을 점검하고 재복음화 교육 등에 참여하므로 중요한 교육의 기회로 활용된다.

이주연 miki@catimes.kr rn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