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34회 가톨릭대상 수상자 인터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12-12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2-17 제 307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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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부문 안여일씨 “하느님과 약속 지키려 사랑 실천”
정의평화부문 윤경일씨 “고통 겪는 이에게 실질적 도움을”
■ 사랑부문 수상자 안여일씨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하느님께 애원을 했어요. ‘제발 제 큰 아들이 결혼할 때까지 살게 해 달라’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30년을 더 살면서 큰 복을 받고 있네요.”

제34회 가톨릭대상 사랑부문 수상자 안여일(데레사·77·수원교구 과천 별양동본당)씨의 삶에서 지난 30년은 ‘덤’이다. 호스피스 봉사자로 활동하던 안씨는 47살이던 지난 1987년 암 진단을 받았다. 죽어가는 암환자를 돌보던 자신이 암환자가 됐던 것이다.

안씨는 “하느님께서 ‘왜 나에게 이러한 시련을 주시나’하고 원망하고 남편과 아들을 담보로 ‘살려달라’고 간절히 기도도 했다. 그런데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대에서 안씨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예수님께서 오시더니 머리에 안수를 해 주셨다”고 안씨는 말했다.

이후 안씨는 암을 이겨내고 다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죽을 때까지 하느님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8년간 호스피스 봉사를 계속했던 안씨는 본당 연령회에서 염 봉사자를 구한다는 부름에도 선뜻 응답했다. 이번엔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몸도 성치 않은 안씨가 무리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가족의 반대에도 안씨는 20여 년 동안 연령회 활동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노숙자를 찾아다니고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들을 위로하는 일도 계속했다.

“저는 그저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뿐이에요. 이번에 가톨릭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는데, 하느님께서 이미 저에게 상을 주셨어요. 남은 인생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겠습니다.”

■ 정의평화부문 수상자 윤경일씨

“수상 소식에 순간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받아도 되나 싶었죠. 보잘 것없는 저에게 이런 상을 준 것은 지금 잘해서라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정진하라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제34회 가톨릭대상 정의평화부문 수상자 윤경일(아우구스티노·59·부산교구 좌동본당)씨는 의사다. 현재 부산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윤씨는 이른바 ‘투잡’을 뛴다. 사단법인 ‘한끼의 식사기금’ 운영을 위해서다. 때때로 해외 현장에서 기금 활동 모니터링을 하는데, 그의 휴가 또한 모두 모니터링을 위해 쓰인다. 윤씨는 “어쩌다보니 병원 근무는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사)한끼의 식사기금은 지난 2004년 11월 윤씨가 창립한 국제구호단체다. ‘한 달에 한 번 한 끼를 굶고 그 식사비로 한 생명을 구하자’는 의도로 창립했다.

윤씨는 IMF 이후 한국에서 차별 등으로 고통 받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들을 돕기 위해 10여 명의 의사들을 모아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해외의료봉사를 다니면서 이주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다시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도울 결심을 했다.

현재 (사)한끼의 식사기금은 아시아의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 에티오피아에서 빈민구호활동과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금은 소액 기부자를 중심으로 재원을 모아 운영하며, 연간 5억 원을 구호사업에 쓰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