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청,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에 우려 표명

입력일 2017-12-12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2-17 제 307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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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교의 성지에 갈등의 씨앗 뿌려선 안 돼”
평화와 안녕 위한 전 세계 지도자 노력 요청

12월 7일 요르단 암만 소재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예루살렘 선언’ 반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들고 서 있다. CNS

【외신종합】 교황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과 이후 불거지고 있는 폭력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평화와 안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청은 12월 10일 예루살렘의 평화와 안녕을 촉구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만이 예루살렘의 안정과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경 안에서 양국의 평화공존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주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예루살렘 선언’은 이슬람 사회의 반발 등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교황청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과 유다인, 이슬람인의 성지인 예루살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교황청은 예루살렘에서의 현상유지라는 국제사회와 예루살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요청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12월 6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다”면서 “유엔의 관련 결의안에 따른 예루살렘의 현상유지가 지켜질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여러 종교의 성지로서 예루살렘의 정체성이 지켜지고 강화되어 성지뿐만 아니라 중동, 전 세계에 이익이 되길 기도한다”면서 “또한 지혜와 분별력을 통해 이미 잔혹한 투쟁으로 점철된 이 지역에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뿌려지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루살렘의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정교회, 성공회, 루터교 등 다양한 전통의 그리스도인 지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하느님의 도시 예루살렘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상징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갈등의 땅이 됐다”면서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은 오직 성지 내의 증오와 갈등, 폭력,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루살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예루살렘은 모두의 것”이라며 “성탄이 다가오는 이때, 트럼프 대통령도 공정하고 포괄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예루살렘을 수도로 공표해 왔지만,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이 향후 자신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나라는 텔아비브에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두고 있다.

유엔은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하고 있으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있었던 12월 6일부터 3일간 파업을 포함한 ‘투쟁의 날’을 선포했다. 이후 예루살렘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반대 시위로 3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