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쪼다’?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7-12-12 수정일 2017-12-12 발행일 2017-12-17 제 307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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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쪼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대교구 가톨릭경제인회 조찬세미나에서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경제인이기 이전에 가톨릭 신자인 여러분은 남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질문했다.

과연 그리스도인 중에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구 주교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눈에 보이는 세상의 평가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법에 따라 살아가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들에게 ‘쪼다’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윤을 남기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조금이라도 이윤을 더 내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하청을 주고 가격을 후려치고, 해고가 어렵고 임금이 높은 정규직 대신 계약직으로 직원 수를 채우기도 한다.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목표만을 추구하면서 앞으로 내달리다 보면 자칫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웃과 나누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멀어지기 십상이다.

가톨릭경제인회는 해마다 복음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신자 기업인 중에서 ‘자랑스러운 가톨릭경제인’을 뽑아 상을 준다. 올해 시상식에서도 세 명의 기업인이 상을 받았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쪼다’는 조금 어리석고 모자라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 또는 그런 태도나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진정한 가톨릭 기업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기업 활동을 거부하고 이윤만이 아닌 사회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기업, 직원을 아끼고 배려하는 그리스도인다운 기업인을 기대한다. ‘쪼다’가 되더라도 말이다.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