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나만 옳다’는 어르신,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5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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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와 부족함, 결국 주님이 인도해 주십니다

【질문】‘나만 옳다’는 어르신,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저희 본당 어르신 중 한 분은 기도와 성사 생활에도 아주 열심이어서 다른 신자들에게도 존경을 받으십니다. 그런데 자기 신앙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서인지 오직 자기만 옳다고 합니다. 의견이 다른 분들에게는 신앙심이 부족하다면서 타박을 줍니다. 얼마 전에는 제가 조금 말대꾸를 했더니, 저더러 마귀가 들렸다고 하시네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답변】 인간의 한계와 부족함, 결국 주님이 인도해 주십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서로 불편감이 생기지 않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인간관계에서 공격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지니면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관계를 수직적 인간관계와 수평적 인간관계 혹은 우호적 인간관계와 적대적 인간관계 등으로 나누어서 볼 수가 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인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피아제는 7세 이전의 아이들을 전조작기 단계에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런 아이들은 자기중심성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중심성이란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맹자의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맹자(孟子)는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걸 권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자기중심성은 사라져야 합니다. 어른으로 성장해도 자기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자기애성(自己愛性)’ 성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관심을 끌려고 애쓰며, 지위나 성공을 위하여 대인관계에서의 일방적인 태도 등을 보입니다. 아마 자기 자신의 자존감의 갈등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봅니다. 미성숙하고 과장된 자기상을 지니고 있거나 비판이나 좌절을 잘 견뎌내지 못하는 특성도 지닙니다.

신심이 깊고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덕목입니다. 여기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한계를 지닌 존재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안에서 늘 잘못을 용서받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의 한계를 보게 되면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아담과 같이 도망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럴 때 하느님께 깊은 신뢰를 두고 부끄럽지만 자신을 직면하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성당의 어르신에게 뜻밖의 표현을 듣고 마음이 많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 중에는 말하는 자신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쓰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은 상대에게 다시 되돌려주고, 나 자신의 존재감은 그대로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안의 형제자매로 한 공동체에 속한 우리들의 약함과 부족함도 다 아시는 하느님께서 각자에 맞는 방식으로 잘 인도해 주시리라 믿고 다른 사람의 작은 비난에 좌우되어 일상의 기쁨을 놓치는 일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나만의 고유한 강점과 장점을 잘 살려내고, 주님을 바라보며 좋은 지향을 두고 건강한 믿음 생활을 해나가시길 기도드립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