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민중들 곁에서 이 땅의 정의를 외쳤다 1933년 선교사 10명 한국에 첫발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사 함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실천 특히 가난한 이들과 연대에 노력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세계 총장 케빈 오닐 신부, 한국지부장 김종근 신부, 이하 골롬반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골롬반회는 중국 선교를 위해 창립, 현재 전 세계 15개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 23일부터 2018년 11월 24일까지 1년 동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다. 골롬반회 한국지부도 12월 2일 광주에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100주년 기념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골롬반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0년의 역사를 살펴보고 새로운 선교의 꿈과 희망을 들어본다.
■ 선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골롬반회의 선교에 대한 인식과 선교를 수행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골롬반회는 공의회 이후 지역의 문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학생사목과 병원사목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영문 번역, 대학 강의를 통한 문화 교류 등으로 선교 영역을 확장했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에도 광주에서 사목하던 골롬반 사제들은 정부 측의 철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지역민들과 남았다. 이들의 선택은 이 시대의 가난한 이들 곁에서 정의를 지켜나가는 지침이 됐다. 정의 구현과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에 대한 의식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게 된 것이다. 골롬반회는 1984년 한국 천주교회 설정 200주년 이후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전환되면서, 한국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1982년 골롬반회는 총회를 통해 선교지에서도 회원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 신학생 지원자들을 받아들였고, 한국교회 최초로 외방선교를 위한 평신도 선교사 제도를 도입했다. ■ 시대의 징표에 민감하게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1993년 골롬반회 한국 진출 6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제나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는데 민감하고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특히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가난한 형제자매들에게 헌신하는 골롬반회 신부님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골롬반회 ‘100주년 위원회’ 위원장인 오기백 신부도 “특정한 역사와 시대에서 골롬반회가 직접 겪은 경험, 성찰과 논의로부터 골롬반회의 모든 변화는 시작됐다”고 밝혔다. 골롬반회는 항상 시대의 징표를 민감하게 발견하고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6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골롬반회 총회는 징표를 발견하고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다. 총회에서 결정한 지침들은 각 선교지에서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첫 총회인 1970년 총회에서는 공의회 정신의 실현이 강조됐고, 1976년에는 정의평화 부서 설치, 가난한 이들의 해방, 타종교와의 대화가 선교회의 임무로 규정됐다. 이어 환경보호와 평신도 선교사 양성(1988년)이 결의됐고, 사제와 평신도의 공동 협력(1994년), 세계화의 부작용과 이주민 문제(2000년), 다문화와 지구온난화(2006년)가 선교적 관심의 주된 대상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노력의 바탕에는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1월 1일 한국을 방문한 골롬반회 세계 총장 케빈 오닐 신부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가장 먼저 가난한 이들이 어디 있는지를 먼저 보고 그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선교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광주대교구 총대리 옥현진 주교는 2007년 골롬반회 선교 활동에 대해 쓴 논문을 통해 골롬반회 선교사들은 “민중과 함께 고난당하고 박해받으며 하느님의 복음 말씀을 전하고자 했다”면서 “특히 일제강점기에도 조선의 독립을 믿고 독립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골롬반회가 걸어온 지난 100년은 끊임없는 변화, 자기 쇄신의 시간이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과 맺는 연대는 그러한 변화의 큰 줄기였다.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자 모였을 때 성령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 또 다른 100년을 맞으며 선교사명에 충실하기 위한 길을 찾아나갈 것입니다.”(「골롬반 선교」 2017년 겨울호, 오기백 신부의 ‘총회 문헌으로 살펴본 골롬반회의 변화’ 중에서) ◎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