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6년간 1000여 개 묵주 직접 만들어 주변에 나눈 인천교구 정봉 신부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5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제가 묵주 만드는 이유요? 사랑 전하고 싶어서죠”
성당 봉사자에게 선물 주려 제작 시작
죽은 이와 성소자 등에게도 꾸준히 전달
다양한 재료·방법 시도해 완성작도 다채

인천교구 부개동본당 주임 정봉 신부.

정봉 신부(인천교구 부개동본당 주임)는 사제관에서 틈틈이 묵주를 만든다. 묵주 만드는 법은 6년 전쯤 후배 신부에게 배웠다. 그저 신부가 할 수 있는 취미일 뿐일까? 정 신부는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생각하며 어느새 1000여 개의 묵주를 만들었다.

“성당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신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기도해주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본당 사목을 하는 틈틈이 묵주를 만들고 봉사자들에게 드리기 시작했어요.”

정 신부는 “신부가 묵주를 만드는 건 ‘정’(情)이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면서 “신자들에게 기도와 행동을 요구하는 만큼 저도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정 신부는 죽은 이와 성소자들에겐 빠짐없이 묵주를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신자들이 평소 연도는 많이 바치는데 묵주기도는 잘 바치지 않는 경우를 본다”며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하는 기도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보내면서 바치면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죽은 이들을 위한 묵주는 정 신부가 직접 상주에게 주기 보다는, 상주와 가장 먼저 만나는 연령회를 통해 전달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선교 효과도 크다. 장례가 끝난 뒤 유가족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감동하기도 하고, 냉담을 하던 이들이 성당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정 신부도 뿌듯함을 덤으로 선물 받는다.

정 신부가 만든 묵주들.

정 신부가 만드는 묵주는 종류도 다양하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덕분이다. 죽은 이들에게 전할 묵주는 향나무로 만든 알을 사용한다. 고인의 손에 편히 감아줄 수 있도록 매듭도 조금 느슨하게 짓는다. 반면 일반 신자들이 평소 기도 중에 사용할 묵주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벽조목)를 깎아 만든 알을 한 알씩 묶어 완성한다. 기도할 때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알을 팽팽하게 묶지만 묵주가 뻣뻣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본당 바자에서 판매할 기부 묵주는 색을 조화롭게 섞어 아름답게 만든다.

그동안 만들어온 묵주를 조심스럽게 보여주면서 정 신부는 “많은 신부님들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묵주를 만들고 봉사도 하고 계신데 신문에 소개가 되면 다른 분들에게 폐가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더 많은 분들에게 묵주를 선물하고 싶지만 여건상 전부 못해드려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봉사자들과 기도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꾸준히 묵주를 만들고자 합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