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 뇌출혈로 쓰러진 필리핀인 아론씨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6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꼭 깨어날거야” 할 수 있는 건 기도뿐
생활고 이겨내고자 한국 찾아 갖은 고생 끝에 일자리 얻었지만 지난 10월 쓰러진 뒤 의식불명
직장 대표 도움으로 급한 불 껐지만 매달 수백만 원 의료비 감당해야

마리아 루르데스씨(왼쪽)가 누워 있는 남편 카이사르 아론씨를 바라보며 눈물 짓고 있다.

카이사르 아론(34)과 마리아 루르데스(35) 부부의 ‘코리언 드림’은 성공하는 것 같았다.

가난한 가정의 장남과 장녀로 태어난 부부는 지난 2010년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필리핀에서는 양가 부모를 모시고 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돈을 벌기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만이었다.

핏덩이를 두고 한국에 온 부부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막노동과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고생했다. 부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버텼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부부에게도 기회가 왔다. 마음씨 좋은 자수공장 사장을 만난 부부는 공장에서 고정 월급을 받고 일을 하게 됐다. 사장의 도움으로 함께 지낼 방도 얻었다. 자녀들의 학비와 부모님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보내며, 부부는 고된 일에도 감사해 했다. 돈을 더 모아 필리핀에서 장사를 할 꿈도 키웠다. 하지만 지난 10월 남편 아론씨가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부부의 꿈도 허망하게 무너졌다.

공장 사장은 쓰러진 아론씨를 업고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을 향해 뛰었다. 응급수술과 회복에 필요한 치료를 받았지만 아론씨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은 1~2개월 사이에 아론씨의 의식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아론씨는 아내의 손이 닿으면 손을 맞잡는 등 반응도 살짝 보인다. 강하게 몸을 흔들거나 눈을 가냘프게나마 뜨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는 혼수상태의 단계(각성-기면-혼미-반혼수-혼수) 중 혼미 상태에 해당한다.

부인 루르데스씨는 남편이 쓰러진 이후 행여 남편이 잘못될까 두려워 잠시도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루르데스씨는 “쓰러진 남편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눈물이 나지만 남편이 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옆에서는 울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은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큰 사람이고 매우 자상한 아빠”라면서 “무의식중에도 내가 아이들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면 눈을 뜨려고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루르데스씨는 “남편은 반드시 깨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남편이 깨어나면 같이 필리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병원비와 필리핀 자녀의 생활비 등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여의도성모병원 수술비와 병원비 1100만 원은 우선 공장 사장이 대신 지불했다. 이 돈과 함께 사장이 빌려준 월세 보증금 500만 원도 갚아야 한다. 일을 하지 못하니 필리핀으로 보내왔던 자녀 양육비와 생활비도 보내지 못하고 밀려 있다.

종합병원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루르데스씨는 남편을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단 4주간만 입원할 수 있다. 그때까지 남편이 깨어나지 못하면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요양병원은 한 달에 최소 4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언제 깨어날 지 기약이 없는데다가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는 매순간 루르데스씨의 가슴을 옥죄어온다.

“남편이 깨어날 수 있도록 기도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루르데스씨는 이 한 마디밖엔 더 할 수가 없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203-130489

예금주 천주교서울대교구이주사목위원회

모금기간: 12월 6일(수)~12월 26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2-924-9970 서울 이주사목위원회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