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희중 대주교,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5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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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 국민 안전의식 고취하는 역할 맡아야” 
재단 설립·‘세월호 4·16 안전공원’ 건립 등 논의
내년 참사 4주기까지 재단 설립 목표
안산 화랑유원지에 희생자 유골함 모을 수 있길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정면 가운데)는 12월 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내년으로 예정된 ‘4·16재단’ 설립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12월 4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4·16연대 상임위원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박래군 상임대표 등과 면담을 갖고 ‘4·16재단’ 설립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유가족 측은 “내년 4월 세월호 참사 4주기까지는 ‘4·16재단’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발기인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정별로 500만 원씩 기금을 출연하고 있는데 김희중 대주교님께도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이에 대해 “‘4·16재단’이 유가족들 안에만 머무는 단체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정부도 앞으로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보다 안전한 사회를 이뤄나간다면 세월호 희생자들이 헛되이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승구 신부님이 ‘4·16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천주교와 유가족들을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맡아 유가족의 고충이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교회에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모든 일을 순수하게 진행해 과거를 팔아서 현재를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도 건넸다.

김 대주교는 현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보존 문제에 대해서도 유가족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역사학을 공부한 저로서는 가급적 원형 보존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보존하는 것을 넘어 세월호 선체를 안전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학생들이 방문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래군 상임대표는 “아직 세월호 선체 전체를 조사한 것이 아니어서 추가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하지만 선체를 목포에 그대로 둘지, 안산으로 옮길지, 원형대로 놔둘지 등에 대해 유가족들의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김 대주교와 면담하면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4·16 안전공원’을 건립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 유골함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안산 단원고 희생자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43)씨는 “안산 화랑유원지 일부 부지에만 ‘세월호 4·16 안전공원’이 들어서도 되는데 화랑유원지 전부를 차지하는 것으로 지역사회에 잘못 알려져 반대 목소리가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께 ‘세월호 4·16 안전공원’ 건립과 관련한 유가족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