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에 스러져가는 예술품에 새 숨결 불어넣는 곳
문화와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는 특색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다. 그 가운데서 빈 미술사 박물관이나 자연사 박물관은 규모도 크고 작품도 많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크고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만 방문하면 작지만 알찬 문화 기관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빈 도심에서 멀지 않은 칼스플라츠 구역에 ‘빈 박물관’(Wein Museum)이 있다. 이 박물관의 외관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편리하게 설계된 건물이다. 특히 연로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곳곳에 세심한 배려를 담아냈다. 휠체어 통로나 계단 손잡이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계단 끝부분에도 노란색 칠을 해 사람들이 헛발을 딛지 않도록 했다. 빈 박물관은 신석기 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도시의 오랜 역사와 관련된 유물과 문화재, 회화와 조각, 가구와 의류 등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곳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e Klimt,1862-1918년)나 에곤 쉴레(Egon Schiele,1890-1918년)의 작품이 다수 소장돼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이 박물관은 1887년 ‘빈 역사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시청 안에 있었지만 1959년에 칼스플라츠에 구역으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00년에는 건물 마당을 지붕으로 덮어 카페 등 휴식 공간을 확충했고 이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게 됐다.
특히 빈 박물관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뛰어난 성화와 유리화, 조각과 성상이 잘 전시돼 있다. 교회의 미술품과 일반 예술품이 한 건물 안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편리하게 둘을 비교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교회의 예술품은 빈의 성당이나 수도원으로부터 왔는데, 대부분은 빈 중심에 있는 슈테판 대성당(Stephansdom)으로부터 왔다. 슈테판 성당처럼 오래된 건물은 전쟁이나 화재로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성당이 파괴되면 건물 내·외부를 장식하던 많은 성상이나 유리화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이런 성물은 버려지기 쉬운데, 슈테판 성당과 빈의 문화 책임자들이 이런 것들을 모아 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했다. 이 예술품 가운데서 일부가 전시돼 관람자들을 맞이한다. 그 작품들은 성당의 본래 자리를 떠나 박물관에 전시돼 있지만 또 다른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때로는 값진 성물의 자연적인 훼손을 막고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원작품을 박물관에 보관하며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있던 자리에는 모조품을 두지만 그것도 너무나 정교하게 만들어져 일반 사람들이 원형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빈 박물관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있는데 관람자의 눈높이에 전시돼 작품의 세부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품은 성 안나 상’이다. 이 상도 처음에는 성당의 다른 조각들처럼 채색돼 매우 화려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색이 벗겨졌다.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