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내 자부심, '오만함'일까요?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7-11-28 수정일 2017-11-28 발행일 2017-12-03 제 307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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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주어집니다

【질문】 내 자부심, ‘오만함’일까요?

겸손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제 안에 오만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겸손한체하지만 속으로는 완고한 자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부심과 오만함의 경계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답변】 자부심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주어집니다

오만(pride)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기초로 만들어진 자부심이긴 하나 다소 자기도취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실현을 통한 성취로부터 느껴지는 긍정적인 의미의 ‘진정한 자부심(authentic pride)’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제인이 한 말들이 있습니다.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오만한 사람은 능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의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만하게 만든 개인의 능력들을 타인을 위해서 쓸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잠언 11장에서도 ‘오만이 오면 수치도 오지만 겸손한 이에게는 지혜가 따른다’고 했습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우리 사회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자기표현하는 사람으로 간주하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는 겸허한 태도가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사회 적응 능력이 부족한 사람쯤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기도 합니다.

과하다 싶을 만큼 ‘스스로 성숙하다’고 하거나, ‘진짜 자신 있다’라고 할 때 어느 정도 객관화된 근거 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행동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한답니다. ‘겸손도 지나치면 교만이 된다’는 영국 속담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만도 아닌 겸손도 아닌 그 중간쯤을 조화롭게 유지하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너무 이상적인 말 같고, 현실적인 우리들은 너무 겸손해서 손해를 보거나 또는 너무 오만해서 주변에 미움을 사기도 합니다.

오래전에 드라마에서 본 장면 하나가 떠오릅니다.

부잣집 딸이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가난한 여자를 좋아해서 질투가 났습니다. 그 여자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알고 싶어져 명품 옷과 보석들로 치장하고 가난한 여자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부잣집 여자는 부모의 부와 권력을 앞세워 자신의 오만함을 드러내 보였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없이 듣고만 있습니다. 부잣집 딸은 더 화가 나서 “네까짓 게 감히 어딜 넘봐”라고 소리치곤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어 어머니에게 하소연합니다. “난 아침부터 머리를 하고 비싼 옷을 골라 입고 화장도 신경 써서 하고 갔는데, 정작 그 애는 화장기도 없이 허름한 청바지를 입고 왔더라고. 소리는 내가 질렀는데, 정작 말을 한마디도 안 한 그 여자에게 내가 진 느낌이야.”

진정한 자부심은 의도적으로 드러낸다고 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오만이 의도적으로 피운 꽃이라면 진정한 자부심은 저절로 피어난 향기로운 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때가 되면 저절로 풍겨 나오는 아름다운 향기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넘쳐나지 않겠습니까? 진정한 자부심은 살아가는 모습에 따라 얼굴에 주름이 잡혀지듯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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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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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