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12) 스케이트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11-28 수정일 2017-11-28 발행일 2017-12-03 제 307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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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은 언제나 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적재적소에서 유머와 위트를 즐겨 사용하십니다. 특히 선생님의 웃음은 상담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의 마음이 ‘무장해제’ 되게 합니다.

어느 날 그 선생님과 대화를 하던 중에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그 웃음 덕분에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태어나신 분 같아요.”

“에이, 강 수사님. 아녜요. 저는 어릴 때부터 유별났다고 소문난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은 하루 온종일 밖에서 놀던 기억뿐이고요, 집은 잠깐 잠자러 가는 곳이었지요. 하하.”

“어쩌면 어릴 때 그 기억들이 선생님의 마음속 행복의 원천이 아닐까 합니다.”

“그 말은 맞는 것 같아요. 어릴 적 추억 중의 하나는 지금도 제 삶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요? 어떤 추억인데요?”

“별 건 아닌데요. 시골 출신인 저는 어릴 때 겨울이 되면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시간을 보냈어요. 스케이트 타는 것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늦가을부터 ‘겨울아, 빨랑 와! 겨울아, 빨랑 와!’ 하고 노래를 부를 정도였어요. 하지만 스케이트를 처음 탈 때에는 ‘쿵, 쿵’ 하고 하루 종일 넘어져서 여기저기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몰라요. 어떤 땐 이마가 깨지고, 때론 무릎을 까여 피가 줄줄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고 재미있는 나머지, 넘어져 다치더라도 마냥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세상을 살면서 넘어져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아닌 듯 웃으며 다시 일어난 적이 바로 그때였던 것 같아요. 바로 그 기억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했어요. 그때를 회상할 때마다 이런 깨달음이 드는 거예요. ‘사람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을 할 때면 쓰러지고, 넘어지는 것도 재미있어 한다.’ 정말이지 스케이트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지요.”

“아, 정말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자신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면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 자체도 행복할 수 있겠다 싶네요.”

“저는 우리의 삶도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스케이트장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날마다 스케이트를 타듯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 수 있잖아요. 처음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어기적거리며 오다가 부딪히면 같이 넘어질 때도 있잖아요. 세상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잘못해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본의 아니게 넘어질 때도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자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자신의 삶을 일으키는 노력이 중요해요. 그런 다음 털어버릴 감정은 털어버리고 또다시 스케이트를 타듯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우리 삶은 넘어져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날, 그 선생님의 비유를 통해서 우리가 왜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