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환자와 봉사자들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7-11-28 수정일 2017-11-30 발행일 2017-12-03 제 307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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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중에도 기쁨 주는 정성된 손길… “희망 샘솟아요”
의사와 한의사 함께 진료 보는 환자 맞춤형 통합 서비스 제공
원목실 신부는 매일 미사 봉헌 봉사자들은 다양한 돌봄 활동
타종교나 종교 없는 환자들도  사제 안수와 기도에 힘 얻어
“사소한 부분도 배려해줘 감동”

구원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하느님의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모두를 구원하시고자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땅에 오신다.

영광스런 아기 예수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천상행복을 꿈꾸는 이들, 특히 고통 중에도 하루하루를 기도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다. (재)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원장 손기철 신부)에 입원 중인 환자들과 봉사자들 이야기다.

전인병원에서 입원 중인 한 환자가 원목실 담당 이영승 신부로부터 안수를 받고 있다. 입원환자들은 종교를 떠나 전인병원에서 매일 봉헌되는 미사와 원목신부의 기도와 안수가 마음의 안정과 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 기도로 힘 얻어… 묵주는 친구

지난 8월 초부터 전인병원 6층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김 소피아(53)씨. 갑작스런 위암 선고에 위장 대부분을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은 후 전인병원에서 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기에 기력을 회복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김씨는 통합종양클리닉과 통합치유센터에서 여러 가지 치료시술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잘 이겨내고 있다.

조카의 도움으로 병원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는 묵주가 친구라고 했다. 힘겨울 때마다 묵주알을 돌리며 주님께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매일 기도실에서 봉헌되는 미사는 김씨에게 큰 힘이 돼 준다고 이야기했다.

“입원 중에도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 기쁩니다. 또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던지는 화두는 무료한 병원생활 중에도 일상을 묵상할 수 있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 영적으로 큰 힘을 얻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일까, 매일 오전 11시30분 봉헌되는 미사에는 가톨릭신자만이 아니라 개신교 신자, 종교가 없는 환자들도 참례하고 있다. 김씨는 물론이고 입원환자들은 매일 봉헌되는 미사를 통해 희망을 얻고, 자신들이 소망하는 바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제 바람은 다시 건강해져서 기쁜 마음으로 반장(본당 구역장) 소임을 한번 하는 것입니다. 구역 내 어르신들 모시고 맛난 것도 먹고, 다 같이 모여 기도하는 그런 일… 사소하지만 그게 제 소망입니다. (웃음)”

식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김 소피아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원망만 하던 주님께도 이제는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또 입원 중인 환자들 중에서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 복음의 기쁨을 전하며 성령께서 주시는 힘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원목실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에 앞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 따뜻한 보살핌에 환자들 의지 생겨

“안녕하세요. 608호에 입원했던 OOO입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진심으로 대해주신 원목신부님과 의료진, 또 함께 기도해주신 자매님들의 보살핌으로 은혜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침 감나무에 감이 맛있게 익었길래 조금 보냅니다. 감사합니다.”(2017년 11월 10일 원목실로 배달된 편지 내용 일부)

얼마 전 전인병원 원목실(담당 이영승 신부)로 반가운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경북 상주에서 재활치료차 입원했던 환자가 퇴원 후 자신의 집 앞마당에 열린 감을 보고 편지와 함께 보내온 것이다.

지난 8월 원목실에 부임한 이영승 신부는 “여러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신앙 여부와는 관계없이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사랑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인병원 원목실은 50여 명 규모의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요일별로 정해진 시간에 병원 각지에서 안내와 환자들을 돕는 봉사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발·미용봉사, 작은음악회, 미술전시 등 탈렌트를 가진 봉사자들의 참여로 다양하게 환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대구한의대학교의료원이 공동으로 설립한 전인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한(醫·韓) 통합진료 서비스를 목적으로 세워진 병원이다.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진료를 본다는 장점은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실시할 수 있고, 의약품 또한 양약과 한약을 다양하게 처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전인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한 간 협진 2단계 시범사업기관으로 지정돼 근골격계 질환과 신경계 질환, 대상포진, 치매 등 한층 더 폭넓어진 협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평생 교직에 몸담다 뇌졸중을 앓고,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김 모씨(63)는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매번 밝게 인사해주는 원목신부님과 봉사자들을 만날 때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입원 전 대구의 여러 병원에서 입원하며 치료를 받아왔다던 김씨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와주는 의료진의 모습이 힘든 병원생활에 활력소로 자리잡아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전인병원에서 매일 오전 11시30분 봉헌되는 미사 중 영성체 모습

전인병원 미사 중 간절하게 기도하는 환자들.

■ 전인병원 원목실 담당 이영승 신부

“환자들과 만나는 시간 하루 중 가장 기다려져”

매일 아침 병상 돌며 기도·안수

“심리 안정과 의지, 회복 큰 역할”

“사제로서 신자 환자들을 찾아가 기도하고, 성사집행을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병원을 이용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내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인병원 원목실 담당 이영승 신부(사진)는 매일 아침 병동을 돌며 입원 환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고 말한다. 환자 한 분 한 분을 뵙고, 간밤에 별일은 없으셨는지, 또 건강 상태는 어떠신지 여쭙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병동을 돌며 신자 환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가톨릭신자는 아니지만 기도를 청하는 환자들에게는 마음을 모아 안수기도를 해드리고 있다.

이 신부를 맞는 환자들의 표정이 밝다. 사소한 안부부터 치료시간과 미사시간이 겹쳐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다는 등 가족처럼 일상을 나누는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 신부는 “매일 귀찮으리만큼 병실을 찾아가 인사를 드린 것뿐인데, 병원 곳곳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이 먼저 인사 해주시고, 안부를 전할 때 오히려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환자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겠지만, 심리적인 안정과 회복 의지 또한 큰 역할을 한다”라며 “환자분들이 ‘나를 위해 남몰래 눈물 흘리는 사람들’,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하느님께서도 늘 우리 곁에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분과 나만의 시간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