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문화재청, 지난해 부결 결정 뒤엎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허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1-28 수정일 2017-11-29 발행일 2017-12-03 제 307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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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환경 보호’ 올바른 판단 내리는가 싶더니…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 남았지만 사업 추진 가능성 한층 높아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국립공원 환경보호선 붕괴 의미
전국에 ‘우후죽순’ 생길 우려도

문화재청이 11월 24일 ‘천연기념물 제171호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 현상변경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오색케이블카 설치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활동의 하나로 펼친 ‘천(天)인 설악에 들다’ 프로그램에서 케이블카 건설 반대를 외치는 참가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와 환경운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문화재청이 11월 24일 ‘천연기념물 제171호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 현상변경 허가’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케이블카 설치와 운행으로 인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조건으로 허가서를 내줬다”고 밝혔다. 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설악산이 최소한으로만 영향을 받으면 케이블카를 설치·운행해도 된다는 주무부처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문화재청의 허가서를 받은 주체는 강원도 양양군이다. 양양군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노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설악산 등반이 어려운 노약자에 대한 배려 등의 이유를 내세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왔다.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가 나오면서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녹색연합 박그림(아우구스티노·69) 공동대표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 이후에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 산림청의 산지전용허가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산림청은 형식적으로 거쳐가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반반이라고 본다”며 “환경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저를 포함한 환경운동가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이미 1982년부터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가 문화재위원회에서 연거푸 부결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28일에도 문화재위원회는 양양군이 제기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부결시켰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올해 6월 15일 양양군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었고 문화재청은 결국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에 반발해 집단 사퇴하고 10월 25일 재차 부결 의견을 모아 문화재청에 전했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막아내지 못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설악산은 양양군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고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전국 모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봇물 터지듯 설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설악산은 전국의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환경보호를 받아온 만큼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것은 다른 국립공원의 환경 보호선이 무너진다는 뜻이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연대팀장도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이미 지난해 8월 성명을 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했다”며 “문화재청의 설악산 케이블카 조건부 허가결정에 대해 시민사회 입장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는 성명에서 “강에 이어 산마저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 공동의 집’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시도를 비판한 바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