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과연 누가 부자인가? / 박태웅 신부

박태웅 신부 (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전담)
입력일 2017-11-28 수정일 2017-11-28 발행일 2017-12-03 제 307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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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그 속을 들여다보면 ‘풍요롭다’, 아니면 교회 안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말, 즉 특별한 것만을 지칭하지 않는 ‘모든’ 이란 말도 맞을 것 같고 ‘다양하다’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의 의미대로 우리가 진정 부자로 살기 위해서는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의미이거나 같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이것과 저것을 나누는 가운데 여러 가지 중에 한 가지만을 고르려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분리분법), 또 어떤 것을 특별히 선택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집착)입니다.

나누고, 고르고, 선택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쉽게 하고 있는 일들인데 오히려 이것들이 우리가 부자로 사는 것을 방해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앞에 어떤 물건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물건을 바라다보는 관점은 몇 가지나 될까요? 순간적으로 내가 취할 수 있는 관점은 하나일지 몰라도, 하나의 원을 가정하여 보면 보는 방향만 가정해도 그 관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거의 무한대의 관점들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열린 생각)

그런데 내가 이를 모르고 무시하며, 한 가지에 집착하고 고집을 부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완고함을 가지기 시작하면 이 무한한 관점은 순간 단 하나로 줄어버립니다.(닫힌 생각) 그때 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풍요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습관적이고 본능적으로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 마음에 드는 것, 입맛에 맞는 것을 주로 생각하고 가지려 합니다. 반면 괴롭고 고통스럽고 불편한 것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못 본 듯이 없는 듯이 대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약하고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일진대, 위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나와는 맞지 않고 다른 것들을 고르고 나눠서 선택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과연 그 가지 수가 얼마나 될까요?(주제 파악과 상상이 되는지요?)

신앙 안에서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 하느님께서 보실 때 쓸모없는 것이 있을까요? 심지어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까지도 쓸모없는 것이 없습니다. 당연히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도 내 마음대로 선택한, 좋은 것들만 그 안에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고르고 나누고 선택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따라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평화’입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느님 빼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세상은 그것들로 가득 차 있지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부자로 살고 싶다면 철저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고르고 나누고 선택하기’를 조심하고 멈춰보십시오. 그리고 ‘나에게 왜 불편하고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생기는지 그리고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쓸모없는 것은 없다.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한 것이다’ 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긴다면, 나는 다양성 안에서 풍요로움을 느끼는 진정한 부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와 여러분 모두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부자의 마음으로 살기를 진정 바라며.

박태웅 신부 (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