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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전례학회 ‘한국어판 새 「로마 미사 경본」에 관한 연구’ 학술발표회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1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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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전례학회 첫 학술발표회

12월 3일 대림 1주일부터 사용할 새 「로마 미사 경본」 깊이 이해하고
개정 내용 등 알 수 있도록 도와

11월 18일 오후 2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진리관 대강당에서 열린 가톨릭전례학회 학술발표회 중 윤종식 신부가 발표하고 있다.

“전례를 관념으로 이해해선 안 되고 우리의 신앙 여정을 위한 생명의 빛과 원천으로 봐야 합니다. 예식과 기도는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인 생활을 위한 학교’ 그 자체가 돼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제68차 이탈리아 전례 주간 행사 연설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새 한국어판 「로마 미사 경본」이 출간된 것은 ‘그리스도인 생활을 위한 학교’에서 사용할 새로운 교과서가 나온 것과도 같다. 새 「로마 미사 경본」은 12월 3일 대림 첫 주일부터 사용한다.

가톨릭전례학회(회장 나기정 신부, 이하 전례학회)는 이러한 「로마 미사 경본」에 관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개정 내용에 관해 알 수 있도록 돕는 학술발표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전례학회가 처음으로 마련한 학술발표회 장으로 의미를 더했다.

11월 18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진리관 대강의실에서 연 학술발표회는 이한택 주교(전 주교회의 전례위원장·원로사목)를 비롯해 사제, 수도자, 신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발표에서는 조학균 신부(예수회),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이완희 신부(인천대건고등학교 교장)가 「로마 미사 경본」의 변천 과정과 수정된 본문을 설명하고, 미사통상문을 중심으로 한 발전적 제언 등을 발표했다.

■「로마 미사 경본」의 변천 - 조학균 신부(예수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점 ‘능동적 참여’ 전례로

첫 발표에 나선 조학균 신부는 초기·중세 그리스도교 미사전례에 대해 설명하고, 1570년과 1970년에 나온 미사경본을 중심으로 그 차이점에 대해 발표했다.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미사경본이 초기 교회 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조 신부는 “미사경본은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측면에서 해석하고 분석을 통해 교회가 시대가 요구하는 징표에 응답하면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교회가 한 권의 전례서인 ‘성사집’을 만든 것은 6세기경이다. 그 후 주교나 사제는 성사집에 수록된 기도문에 따라 미사성제를 올리게 됐다. 또한 조 신부는 중세에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예식에 치중”했으며, “신자들이 미사의 용어인 라틴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미사의 전 부분을 사제 혼자서 읽다보니 중세까지는 사제 혼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신부는 미사경본의 역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1570년경 교황 비오 5세가 반포한 ‘비오 5세 로마 미사경본’의 특징은 사제가 드리는 미사로, 사제가 벽을 보며 미사를 거행하는 동안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하는 등 미사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1970년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실천하면서 미사의 형태는 공동체가 해설자와 함께 모국어로 동시에 바치는 공동미사가 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 신부는 “‘20세기 전례운동’은 성직자 중심의 전례에서 전 백성의 전례로, 신자들의 수동적 전례 참석에서 능동적 참여로, 중앙집권적 전례통제에서 지방분권적인 전례 구조로, 라틴어 중심의 미사에서 지역 언어에로 전향해야 한다는 운동으로 일어났다”면서 “미사경본이 변천 과정을 거쳤지만 옛 예식과 단절되고 계승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새 「로마 미사 경본」(제3판)의 수정 본문들에 관하여 -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원문에 보다 충실하며 참된 원천으로 돌아간 것

새 한국어판 「로마 미사 경본」은 라틴어판 「로마 미사 경본」 본문을 더욱 충실하게 번역해 발간한 것이다. 먼저 라틴어판 「로마 미사 경본」 제3표준판(2002년)과 그 수정판(2008)을 낸 것은 사도좌의 최근 문헌들과 개정된 교회법 내용을 반영하고, 수많은 지역교회에서 제2표준판을 번역해 사도좌의 추인을 받으면서 생겨난 개별적인 적응들을 받아들여 여러 가지를 더하고 고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종식 신부는 이번 발표에서 새 「로마 미사 경본」(제3판)의 특징을 살펴보며 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화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윤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개혁 원리는 ‘참된 원천으로 돌아가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다양성 속의 일치’라고 말했다. 즉 “사제 혼자서 드리던 미사가 백성과 함께 드리는 미사로 제시된 것은 ‘미사의 교회론적 차원을 강조’한 것이고, 악보가 없는 본문에서 악보가 있는 본문으로 바뀐 것은 사제가 전례문을 낭송하는 미사보다는 ‘노래로 바치는 미사가 합당하기에 그 위상을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원문에 대한 충실, 원문에서 직접 번역, 자주 사용하는 성경 구절의 단어 유지, 고대 교회의 유산이 되는 표현은 직역하고 존중’이라는 지침에 따라 수정됐다고 밝혔다. 한 예로 윤 신부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문장이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로 변경된 것 역시 라틴어 ‘multis’는 ‘많은 이’로 번역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신부는 “새 한국어판 미사 경본이 출간됨으로써 미사 거행을 위한 환경이 보완됐다”면서 “이제는 교우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의식적이며 완전히 파스카 성사에 참여해 힘을 얻고, ‘믿음으로 받은 것을 생활로 지키도록’ 기도하는 일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 한국어판 새 「로마 미사 경본」의 기여와 발전적 제언 - 이완희 신부(인천대건고 교장)

회중의 충만한 참여 도와 전례 토착화에 기여

이완희 신부는 한국어로 번역된 「로마 미사 경본」(제3판)은 전례를 ‘토착화’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도하는 데 쉽고 감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명료하게 했으며 현대적인 표현방법을 사용해 남녀노소 모든 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신부는 여전히 아쉬운 점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신부는 “시작예식의 고백기도를 보면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라고 구분함으로써 의무의 소홀(omissio)이 죄와는 구별된다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옛 번역에 따라 “‘생각과 말과 행위와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죄를 많이 지었나이다’로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Patris’는 대영광송에서는 ‘성부’, 전례서에서는 ‘아버지’라고 번역돼 있는 등 통일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경에서 “‘성령으로 인하여’라는 표현 중 ‘인하다’라는 동사는 ‘성령으로 동정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라고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천지의 창조주’도 ‘하늘과 땅의 창조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 신부는 “번역과 검토, 승인, 추인 과정 등에서 한계와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이번 미사 경본은 회중의 충만한 전례참여를 위한 전례서 발간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았기에 매우 뜻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는 쇄신의 정신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복음화하는 데 정진해왔다”면서 “교회는 언제나 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해 그분의 완전성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제시해야 하며, 그 일치의 중심에는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