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찾기팀 남상호 팀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2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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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찾아 가족 품에 안기는 일… 천직이라 느낍니다”
 6·25전쟁 미수습 전사자 중 
 가족 찾은 비율 1.28%에 불과
 유해 신원 밝혀도 가족 정보 없어
“한 명이라도 더” 인계 꿈꾸며 기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찾기팀 남상호 팀장은 “한 명의 미수습 전사자라도 더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26’. 이 숫자는 6·25전쟁 미수습 전사자 13만3192위 가운데 유해를 발굴한 9875위 중에서도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인계한 수를 의미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단장 이학기 대령) 유가족찾기팀 남상호(루카·51·서울 방배4동본당) 팀장은 126이라는 숫자 앞에 숙연해지곤 한다. 126을 127로…, 단 1을 늘리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애간장을 녹인다.

■ 위령성월에 다시 발견하는 천직의 의미

남 팀장은 자신이 하는 일을 ‘천직’이라고 여긴다. “1988년 소위로 임관해 전방 소대장 임무를 마치고 부산에 있는 육군 기록보존소에서 대위로 근무할 때입니다. 인근 시골 이웃집 어르신이 6·25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당하고도 기록을 찾지 못해 보훈혜택을 못 보고 계신 모습이 안타까워 제가 자료를 찾아 보훈혜택을 받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6·25전사자 관련 분야에서 줄곧 군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2012년 2월 말 23년5개월의 군생활을 마치고 그동안의 전문 경력을 활용해 같은 해 7월 1일부터 지금까지 6년째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찾기팀장을 맡고 있다.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11월 위령성월에는 남 팀장의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

“제 신앙과 업무가 일치하는 것에 늘 감사하면서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서 기도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 시간과의 또 다른 전쟁

6·25전쟁에서 전사자 13만7899명, 실종자 2만4495명이 발생했지만 유해를 수습해 현충원에 안장한 인원은 2만9000여 위(18%)밖에 되지 않는다. 총탄이 빗발치는 6·25전장(戰場)에서 사망한 군인의 시신은 예의를 갖춰 매장하거나 문헌 기록을 남길 수 없어 훗날 10명 중 8명 이상은 유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미수습 전사자 마지막 한 명까지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유가족이 살아있을 때 유해를 인계하기 위해 시간과의 또 다른 전쟁을 벌인다.

“제가 소속된 유가족찾기팀은 전국의 산하를 샅샅이 뒤져 어렵사리 발굴하고 감식한 전사자 유해를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나이 70이 다 된 미수습 전사자의 딸로부터 ‘제 아버지를 꼭 찾아주세요’라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현재까지 발굴된 미수습 전사자 유해는 9875위지만 그 중 유가족에게 인계한 유해가 126위, 비율로는 1.28%라는 사실에서 유가족 찾기의 어려움을 실감하고도 남는다.

“유가족찾기팀 전원은 유가족이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며, 소명감 하나로 불철주야 뛰고 있습니다.”

남 팀장과 팀원(기동탐문관)들은 미수습 전사자와 연고가 있는 전국 행정기관과 마을을 다니며 유가족의 신원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공공 문서와 개인 유품 등을 확보하고 유가족 면담과 유전자 채취, 국방부 조사본부와 합동 유전자검사 시행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친 끝에야 한 명의 미수습 전사자를 유가족 품에 안길 수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중앙감식소. 발굴한 6·25전쟁 미수습 전사자 유해를 감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서 흘리는 눈물

“유가족에게 유해를 인계해 드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할 때마다 가슴이 북받쳐서 눈물이 납니다. 한편으로는 유가족에게 65년이나 지나서야 유해를 찾아 드리는 것이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미수습 전사자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끝까지 유가족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저희들의 노력에 적극 성원을 보내주시는 국민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126위 모두가 특별한 사연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각별히 기억에 남는 미수습 전사자가 있는지 질문했다.

“같은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126위의 사연을 다 외우다시피 할 만큼 모두가 특별한 분들입니다. 한 분 한 분마다 유가족들을 찾는 과정이 힘겨웠고 단서만 있으면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뛰어 나가다 보니 유가족을 찾아드린 126분은 언제나 생생하게 저의 가슴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 4월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육군본부 잠정조직에 의한 한시적 사업 형태로 출범했다. 2005년 6월 국방부와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영구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조직을 보강한 뒤 2007년 1월 1일 사업 주체를 육본에서 국방부로 변경하면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정부가 주도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했다. 부대구호는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다.

2009년 1월에는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안에 청사를 개관하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중앙감식소를 설치했다. 중앙감식소는 전사자 신원확인 연구소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는 유일한 기관이다. 6·25전쟁 당시 전사자를 매장했거나 매장 위치를 아는 이들의 제보를 기다린다.

※제보전화 1577-5625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