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첫해를 지내며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1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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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도 11월 19일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 제정을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구현한 것이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가난한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눠 하늘에 보화를 쌓자. 교회는 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교회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가난한 이에 대한 소홀함을 염려해 새삼 언급하신 것 같다. 교황께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예수님 사랑의 징표’가 되길 바라며 이같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주일 제정을 권고하셨다.

교황청 새복음화 촉진평의회가 주최한 이날 미사에는 ‘가난한 이’ 7000여 명 참례했다고 한다. 이 중 1500여 명은 교황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고 나머지 5500여 명은 로마 신학원과 신학교 식당 등지에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몸소 실천하시는 교황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가난한 사람의 수호성인 성 라우렌시오(AD225~258)는 교회의 재산을 탈취하려던 발레리아누스 황제에게 가난한 이들을 소개하며 “이들이 바로 교회의 진정한 보물입니다”라고 외쳤다. 박해시대, 순교를 각오한 성인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의 행복을 세상에 선포하신 예수님을 본받는데 한 치의 주저함도 있어선 안 된다. 가난한 이들은 배척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사람들임을 명심하자.

“누구든지 세상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