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1회 세계 가난한 이의 날… 한국교회 모습들

특별취재반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3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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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으로… 소외된 이 찾아가 마음 주고 받다
서울대교구 - 탈북여성과 청소년 미혼모 공무원 준비생과 이주민 만나 고충 듣고 격려와 축복 전해
대구대교구 - 이주민·독거노인과 식사, 선물
대전교구 - 장애인·이주민과 미사 계획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한국교회는 11월 19일, 사회 구석구석의 가난한 이웃을 찾아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 특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에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 주교단은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직접 찾아가 위로했다. 북한이탈주민과 이주노동자, 미혼모, 공무원 시험 준비생, 독거노인 등을 찾아 이들에게 희망을 전한 주교단의 모습을 화보와 함께 전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1월 19일 서울 꿈터 새터민지원센터에서 탈북여성들과 환담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서울 소재 탈북여성 쉼터인 꿈터 새터민지원센터(시설장 박선례 수녀)를 찾았다. 평양교구장 서리이기도 한 염 추기경은 “북한 주민들과는 하느님이 맺어 준 인연”이라고 소개한 뒤, “북한이탈주민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과 안산 등지에서 염 추기경을 만나기 위해 모인 탈북여성들은 꿈터를 통해 이어진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쉼터 등의 시설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꿈터와 같은 작은 모임터를 통해 믿음 안에서 서로의 생활을 나누고 있다”면서 “꿈터와 같은 시설이 지역 사회 안에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탈북여성들은 또한 “본당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본당 혹은 지구별 북한이탈주민 모임을 만들어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염 추기경은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계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향후 통일이 되면 선교에 가장 먼저 앞장설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자 교회의 축복”이라고 격려했다.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서울 ‘자오나 학교’(교장 강명옥 수녀)를 방문해 청소년 미혼모를 비롯한 청소녀(靑少女)들을 격려했다. ‘자오나 학교’는 청소년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녀들을 위한 생활공동체형 대안학교다. 손 주교는 이날 청소년 미혼모 자녀 돌잔치에도 참석하는 등 이곳에서 생활하는 청소녀들과 함께 어울리며 하느님 사랑을 전했다.

손 주교는 이날 미사강론에서 “어린 나이에도 여러분이 생명을 택한 것에 대해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낸다”면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별관 앞마당에서 열린 제14회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박경근 신부, 이하 복지회) 김장·쌀 나눔 행사에 참여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대교구 각 본당에서 온 38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관계자들이 동참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2108가구에 쌀 10㎏과 함께 제공된다.

유 주교는 “오늘 정성으로 함께 한 김장은 따뜻한 사랑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 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는 서울 노량진동성당(주임 남상만 신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비롯해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만났다.

교구 청소년국 사제들과 미사를 공동 집전한 정 주교는 강론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느님이 함께 하시고 계신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면서 “교회는 여러분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고 청년들을 격려했다.

미사 후 정 주교는 청년들에게 선물로 준비한 묵주를 직접 전달하고, 성당 지하식당에서 국수와 김밥 등을 나눠먹으며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고충을 들었다.

같은 날, 서울 보문동에 자리한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남창현 신부) 산하 베트남공동체 경당에서는 견진성사와 함께 한바탕 잔치가 펼쳐졌다. 서울대교구 해외선교 담당 교구장 대리 구요비 주교는 400여 명의 베트남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청년 신자 5명은 이날 미사 중 구 주교 주례로 견진성사를 받고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미사 뒤 구 주교는 베트남 신자들과 둘러앉아 베트남 전통 고기스프와 쌀국수 등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구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믿음의 삶이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노동에 뒤따르는 고통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각자의 작업장을 제대처럼 생각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노동하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손희송 주교가 서울 자오나학교를 방문해 첫 돌을 맞은 아이를 안고 축하해주고 있다.

서울대교구청 별관 앞마당에서 열린 제14회 김장·쌀 나눔 행사. 유경촌 주교(가운데)가 김장을 하고 있다.

정순택 주교가 11월 19일 노량진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청년들에게 묵주를 선물하고 있다.

서울 베트남공동체 공소에서 구요비 주교와 신자들이 둘러앉아 베트남 전통음식을 먹으며 담소하고 있다.

◎… 대구대교구는 11월 18일 주교좌계산성당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제1회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대리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을 비롯해 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와 교구 사제단, 교구민 등 500여 명이 참례했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미사를 시작하며 “교황께서 선포하신 이날을 지내며 우리는 이웃에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고, 특히 소외된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19일 현풍성당(주임 김상조 신부)을 방문해 동티모르 이주노동자 34명을 포함해 109명 견진성사를 집전했다. 또 동티모르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해 지역 내 무의탁 독거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양말, 어르신들에게는 내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곡성당(주임 정기모 신부)을 찾은 장신호 주교도 견진성사 후 지역 독거노인 30여 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선물을 전달했다.

11월 19일 현풍성당을 방문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동티모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견진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장신호 주교가 대구 이곡성당에서 어르신들에게 선물을 전하고 있다.

◎… 한편 대전교구는 11월 26일과 12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장애인·이주민들과 함께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를 봉헌한다. 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11월 26일 오전 10시30분 대전 오정동 장애인사목부 성당에서 사회사목국장 나봉균 신부, 장애인사목부 담당 유창연 신부 등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후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점심식사도 할 예정이다. 또 장애인사목부는 이날 장애인들에게 월동준비사업 물품으로 준비한 의류를 전달한다.

12월 25일에는 유 주교와 총대리 김종수 주교가 공동으로 이주민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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