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신앙살이 세상살이] (410) 마음의 공명(共鳴)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7-11-14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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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형제님이 신앙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주일 미사는 물론이고 평일 미사도 자주 참례했고, 남성 쁘레시디움에도 입단했으며, 봉사 단체에 가입해 열심히 봉사 활동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형제님은 영적 쇄신과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에 초대됐고, 거기에 참가하기 전에 고해성사도 미리 볼 생각을 했습니다. 형제님은 어느 수도원의 새벽 미사를 참례한 후에 주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요청했고,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성사를 시원하게 잘 보았습니다.

이날 자신만을 위한 특별(?) 고해성사를 본 형제님은 마음이 날아갈 듯한 벅찬 감동으로 수도원 성당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나왔답니다. 그리고 수도원을 지나 대문 밖으로 나가려는데 고해성사를 준 신부님이 빨래바구니와 쓰레기통을 들고 마당으로 오더랍니다. 형제님은 신부님께 달려가 “신부님, 제가 뭘 좀 도와 드릴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신부님은 괜찮다면서 황급히 마당을 지나가려 했습니다. 그러자 형제님은 작심한 듯 “혹시 신부님, 질문 하나 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아, 예. 무슨 질문을 하시려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성직자, 수도자들도 고해성사를 보시나요?”

“그럼요,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 고해 신부님께 성사를 봐요.”

“그럼 다른 질문인데, 좀 전에 제가 고해성사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설렜는데, 신부님은 제 고백을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들죠?”

신부님은 순간 마음속으로 ‘헐…’이란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주말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담당 구역 청소를 한 후 쓰레기통을 비우고 세탁장에 가서 빨래를 하려는데 엉겁결에 형제님을 만난 그 신부님. 그러나 형제님의 해맑은 표정과 순수한 질문에 신부님은 그냥 얼버무리고 지나갈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한 손에는 빨래 주머니,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통을 들고 있는 채로 잠시 생각을 한 후, 이렇게 말해주었답니다.

“형제님, 고해성사는 공명, 즉 울림 같아요. 형제님 편에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한 내용을 고해소에 들어와 겸손한 마음으로 고백하잖아요. 그런데 형제님의 고백 내용을 듣고 있는 사제들은 좁은 고해소 안이지만, 뭔가 큰 울림을 느낍니다. 그 울림은 고해소 안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울림입니다. 그래서 사죄경을 외울 때에도 사제의 입으로 하지만, 형제님의 죄는 하느님께서 들으시고 용서해 주심을 확신하는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해성사를 보면서 느낀 사랑의 울림은 고해소를 나오는 순간 형제님에게 새 마음으로 충실히 살겠다는 결심을 갖게 하지요. 사제인 저도 마찬가지로, 형제님의 겸손한 고백을 듣고 있으면 결국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집니다. 고해성사는 결국 고백하는 사람이나 고백을 듣는 사제 모두에게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하는 영적인 공명인 셈입니다.”

형제님과 신부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나 역시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공명이 느껴집니다. 하느님 사랑의 울림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