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45)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위하여 ⑧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형제 악용한 정권, 결국엔 심판받아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사형반대의 날 이야기를 하던 백 신부가, 오판과 정치적 의도에 의해 사형제가 악용된 사례를 이야기한다.


“앞에 잠깐 말씀드린 ‘진보당’ 사건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하여 말을 해야겠습니다. 좀 긴 이야기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인 만큼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진보당’ 사건은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조봉암’이 이승만 대통령 자리를 넘볼 정도로 인기가 많아지자 여기에 위협을 느낀 이승만과 그 정권 하수인들이 조작으로 벌인 ‘사법 살인’사건입니다. ‘조봉암’이 당수인 진보당의 ‘평화통일론’이 북괴의 그것과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와 ‘북괴가 밀파한 간첩, 밀사, 파괴공작대들과 접선’하고 ‘당원을 의회에 진출시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기도’하였다는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증거들은 모두 2011년 대법원 재심판결에서 조작으로 드러나 무죄 선고가 이루어집니다.


어쨌든 그 당시 1심에서 5년이라는 비교적 높지 않은 선고가 이루어지자 ‘이정재’를 비롯한 자유당 어용 정치깡패들이 법원청사에 난입하여 온갖 행패를 부리는 추태를 벌이게 됩니다. 이 소동을 겪고 난 뒤에 항소심과 상고심이 이루어졌는데요. 5명의 판사 중 4명은 친일 판사들이었습니다. 자유당과 이승만이 자신들의 뜻을 이루려고 이들을 고른 것이죠. 결국 조봉암에 대해서 사형이 선고되고 1959년 7월 31일 교수형을 당합니다. 자유당에서는 눈엣가시 같았던 조봉암을 없애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었지만, 결국 이 사건으로 민심은 거의 자유당에 등을 돌려버렸고, 3·15 부정선거로 인해 그게 정점에 이르러 4·19혁명으로 이승만과 자유당이 폭삭 망하는 계기가 된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죠?”


“김주열 열사로 대표되는 3·15 부정선거를 고발한 마산의거와 그에서 이어지는 4·19혁명은 들어 보았지만, 두 의거의 밑바탕을 이루는 이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그런데 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사실 좀 충격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정부에 대한 믿음도 없어지겠습니다.”


충격을 받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스텔라가 이야기를 한다. 이어지는 백 신부의 이야기.


“그렇죠. 법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한마디로 무법천지가 되는 것입니다. 법을 정권 연장의 도구로 악용하면 그 최후가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것이 사형제와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아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생명을 무겁게 여기는 사람이나 정권과 사회는 그 자신도 존중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생명이나 인권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면 그 자신도 그렇게 가볍게 보복 당한다는 것입니다.”



‘펀펀(FunFun)교리’ 44편 중국어 번역판이 가톨릭e신문 프리미엄 서비스로 찾아갑니다. QR코드로 지금 만나보세요.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