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
사메크로 시작하는 낱말 가운데 소페르가 있다. ‘서기’란 뜻이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서기의 교육, 선발, 운영 등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도 이 제도를 받아들여, ‘임금의 소페르(서기관)’(2열왕 12,11) 등이 활약했다. 소페르들은 임금의 행적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다윗 임금의 실록”(1역대 27,24), “솔로몬의 실록”(1열왕 11,41), “이스라엘 임금들의 실록”(1열왕 14,19; 15,31; 16,5.14.20.27 등) 등의 기록은 소실되어 제목만 전할 뿐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소페르는 하느님 백성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승했다. 물론 성경의 기록과 전승도 이들의 몫이었다. 소페르는 사제들과 예언자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믿음과 지식을 기른 신앙인이자, 다양한 글을 읽고 남긴 종합 교양인들이었다. 그러므로 고대 이스라엘의 소페르는 오늘날 평신도 지식인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고대 이스라엘의 평신도들을 묵상하고, 오늘날 평신도 지식인들의 지식과 믿음이 함께 자라나고 심화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