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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희년, 어떻게 살까?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7-11-15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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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음화의 증인으로 “깨어나라”
신뢰 회복과 공동선 증진에 힘쓴 반세기 기념
소극적 신앙생활 하는 평신도 일깨우는 기회
서로 사랑하는 본당 공동체 복원이 궁극 목표

한국교회는 올해 평신도주일인 11월 19일부터 내년 평신도주일인 2018년 11월 11일까지 1년을 ‘평신도 희년’으로 지낸다. ‘새 복음화의 증인 –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를 주제로 선포된 평신도 희년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권길중, 이하 한국평협)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희년을 선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신도 희년을 맞아 한국평협의 역사와 희년 선포의 목적, 한국평협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실행 계획 등을 알아본다.

한국 평신도 희년 현수막

■ 한국평협 50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후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에 따라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과 평신도사도직의 중요성이 부각됐었다. 이에 한국교회에서도 1968년 7월 23일 평신도 사도직의 활성화를 위한 전국 조직인 한국가톨릭평신도사도직중앙협의회가 창립됐다. 바로 한국평협의 시작이었다.

이후 한국평협의 명칭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전국협의회’,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전국협의회’,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거쳐 오늘날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로 변경됐다(2011년 2월 19일 제44차 정기총회 의결).

한국평협은 창립 이후 반세기 동안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념과 활동방법을 전 신자들에게 알리고 성실하고 적극적인 사도직 활동을 고취하는 데 전념해왔다. 1983년에는 대사회운동으로 신뢰회복운동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가톨릭대상을 제정해 해마다 사랑과 문화·정의 부문의 공로자를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이 신뢰회복운동은 1989년부터 ‘내 탓이오 운동’으로 이어졌고, 이후 우리상품 쓰기와 우리농산물살리기 운동, 평신도 제자리 찾기 운동 등으로 전개됐다. 2001년에는 도덕성 회복을 위한 ‘똑바로 운동’으로 우리 사회 신뢰회복의 불을 지폈으며, 2004년에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아가운동)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평협은 다양한 신뢰 회복과 사회 공동선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는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 평신도 희년 선포 취지

내년에 설립 50주년을 맞는 한국평협은 주교회의에 평신도 희년 선포를 요청했고, 주교회의는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이를 승인했다. 주교회의는 전국 모든 신자들이 평신도 사도직을 보다 활발히 실천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희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국평협도 평신도 희년 선포 취지를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능동적인 사도직 참여로 새로운 복음화의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대의 증표에 응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Apostolicam Actuositatem)은 “현대는 평신도들의 열성을 요구한다”면서 “날로 증가하는 인구, 과학 기술의 진보, 더욱 긴밀해진 인간관계 등은 평신도 사도직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켰고 그 영역은 대부분 평신도들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1항 참조). 이어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2항).

세상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일련의 교세 통계를 보면 평신도들의 신앙생활 지표는 암울하다.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6」에 따르면, 신앙의 내실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주일미사 참여율이 19.5%로, 통계를 발표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20% 이하를 기록했다. 또한 대전교구가 최근 발표한 시노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교회의 아쉬운 점으로 ‘신자들의 소극적 신앙태도’(40.1%)가 꼽히는 등(본지 10월 15일자 19면 참조) 평신도의 신앙생활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

한국평협은 이와 같은 평신도의 소극적 신앙생활이라는 ‘시대적 증표’를 극복하기 위해 평신도 희년을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깨우기 위한 계기로 삼고 있다.

2015년 4월 8일 명동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답게 살겠습니다’ 시작하는 날 행사를 마련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평신도 희년 계획

희년은 하느님 앞에 모두가 평등하고, 나아가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창조주 하느님께 속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희년은 죄로 인해 단절된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때다.

한국평협은 평신도 희년을 지내면서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자리는 어디이며, 어떻게 그 자리를 회복할 것인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요청하고 있다. 교회와 세상 속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사명과 역할을 올바로 이해하고, 평신도 고유의 사명을 되새기며 복음의 기쁨을 전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복음화의 증인으로 살아가자는 것이 평신도 희년의 목표다.

우선 한국평협은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신자 모두가 평신도 희년 전대사를 받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주교회의는 한국평협이 제시한 전대사 부여 조건을 교황청 내사원에 전달해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주교회의는 내사원의 교령이 접수되는 대로 구체적인 전대사 요건을 알릴 예정이다.

한국평협은 오는 11월 24~25일 열리는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평신도 희년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확정한다. 먼저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교육 운동을 실시할 방침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평신도 교령,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es Laici)의 내용을 알리고, 사회교리 교육 강화에 나선다.

신심운동으로는 전대사 참여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를 위한 기도 운동도 벌인다. 실천운동으로는 ‘그리스도인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의 지속적 실천과 함께, 희년의 정신을 반영하는 구체적 실천 운동을 실시한다. 한국평협은 그 예로 전·월세 올리지 않기, 원수진 이웃과 화해하고 용서하기, 냉담교우 회두 권면, 가난한 나라 어린이 원격 입양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평협이 바라보는 평신도 희년의 궁극적 목표는 본당 공동체 복원이다. 빈부 차이와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박해시대 교우촌에서 모두가 한 형제자매로 지냈던 것처럼, 본당 공동체를 예수 그리스도가 주신 새 계명, ‘서로 사랑하라’를 실천하는 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한국평협은 평신도 희년 상본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성 정하상 바오로를 담았다. 평신도들이 사목자를 존경하고 사목자는 착한 목자로서 신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행복한 본당 공동체를 구현하자는 바람에서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