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4) 대전교구 복수동성당

방준식 bjs@catimes.kr rn사진 박원희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7-11-16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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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새던 지하 성전 벗어나 따뜻한 신앙 보금자리 일구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회 구현, 교구 소공동체 모범 본당에 선정
월간 소식지 「말씀뜨락」 발행하며, 신자들 화합과 본당 활성화 도모
고리기도·성경 필사 등 기도운동, 도보순례하며 1m당 1원씩 봉헌, 직접 만든 딸기잼으로 기금 마련
본당설립 7년여 만에 새 성전 봉헌, 신자들 땀과 눈물 오롯이 깃들어

“모든 신자들의 땀과 기도로 봉헌되는 새 성전이 신자들의 따뜻한 신앙 보금자리가 됐으면 합니다.”(대전교구 복수동본당 소식지 「말씀뜨락」 2017년 11월호에 수록된 신자들의 한마디 중)

비가 새는 지하 건물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던 한 본당 신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새 성전을 봉헌하게 됐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난관을 뚫고 나무에 올라간 자캐오의 일화처럼, 신자들은 새 성전 마련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바쳤다. 설립 7년여, 신설 본당인 대전교구 복수동본당(주임 김대건 신부)의 새 성전에는 신자들의 영성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설립 7년여 만에 새 성전을 마련한 대전교구 복수동성당 전경. 신자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성전 건립을 위한 기도와 기금 마련에 참여해 새 성전을 봉헌하는 감격을 맛봤다.

대전교구 복수동본당은 대전교구 정림동본당과 산성동본당에서 분리돼 지난 2010년 1월 설립됐다. 대전 서구 복수동 인근 상가건물 지하에 약 215㎡(65평) 남짓한 성전을 마련하고 당시 제1대 주임 오종진 신부 지도 아래 첫 발을 내디뎠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복수동본당 배순희(아가다) 총회장은 “2개 본당에서 분리 설립되다 보니 신자들 간 서로 합심하는 일이 최우선이었다”며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지하 공간으로 빗물이 계속 새는 환경에 있다 보니 새 성전에 대한 갈망 역시 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복수동본당은 지난 2012년 교구 소공동체 모범 본당으로 선정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로서의 모습을 착실하게 다져나갔다. 2010년 6월 창간된 본당 소공동체 월간 소식지인 「말씀뜨락」도 신자들의 화합과 본당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난해부터 소식지 편집 봉사를 하고 있는 오은해(아가피스) 홍보분과장은 “본당 소식도 전하고 신앙 생활에 유익한 내용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는데 소식지가 힘을 보탤 수 있어 항상 기쁜 마음으로 편집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동본당 김대건 주임신부(가운데), 배순희 총회장(왼쪽), 오은해 홍보분과장이 새 성전 봉헌식을 맞이하는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 성전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2013년 성전 건축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부터다. 신자들은 성전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본당 미사 전에 성전 건립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2014년에는 도보성지 순례단이 교구에 있는 19개 성지를 20여 개 구간으로 나눠 한 달 2차례 도보로 순례했다. 또 각자가 걸은 거리 1m당 1원씩 성전 건축 기금으로 봉헌했다. 건강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순례에 동참하지 못한 신자들도 구간을 정해 일정액을 후원했다.

특히 신자들은 성전 건립을 위해 2014년 4월부터 ‘딸기잼’을 직접 만들어 현재까지 판매하고 있다. 배 총회장은 “논산 지역 한 본당에서 새 성전 건립을 위해 딸기잼을 만들어 판매했었는데, 그 때 사용했던 제조 기계들을 협찬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일이 딸기 꼭지를 떼어내고 잼으로 만들어 포장하고 운반하는 일은 매우 고된 작업이다. 많게는 하루에 신자 100여 명이 참여해 서로 힘을 합치고 땀을 흘렸다. 이렇게 만들어 판매한 딸기잼은 신자들의 정성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됐다.

2015년 3월 새 성전 건축 기공식이 열렸고 그해 12월에는 새 성전에서 첫 미사가 열려 신자들의 땀과 기도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제2대 주임 김대건 신부가 부임했고 성전 봉헌을 위한 기도가 시작됐다. 지난 4월부터는 주보성인인 예수성심상을 각 구역 모든 가정에 순회하며 모시면서 예수성심 고리기도를 드렸고, 초등학생부터 70~80대 어르신에 이르는 전 신자가 성경 필사에 참여했다.

성전 봉헌식은 11월 18일 오전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열렸다. 이날 오후에는 이해인 수녀 초청 강연회가 열려 성전 봉헌 기쁨을 서로 나누는 의미를 더했다.

새 성전은 대지 1317㎡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3층에 대성전이 마련돼 있다. 성전 공간은 성경 속 예수님과 자캐오의 일화(루카 19,1-10)를 중심으로 꾸몄다. 로마 세관장이었던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체면과 지위도 내려놓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본당 사무실과 카페가 있는 1층은 세상 한복판에서 세상 질서에 따라 살아가던 자캐오의 공간이자 한주 간의 삶을 들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성당을 찾은 신자들이 들어서는 곳이다. 교리실이 자리한 2층은 자캐오가 예수님을 만나러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는 노력을 했듯이 예수님과의 만남을 위해 신자들이 준비하는 공간이다. 3층은 나무 위에 올라온 자캐오와 예수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처럼 미사 봉헌으로 신자들과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신자들은 미사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2층 강당과 식당에서 기쁨의 잔치를 벌이고, 1층으로 내려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새로운 사람으로 파견된다.

새 성전을 봉헌한 신자들의 감격은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다. 배 총회장은 “물질과 영적으로 각박해져있던 신자들의 마음이, 희생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거듭났다”며 “아름다운 새 성전을 보고는 눈물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했었다”고 회상했다. 오 홍보분과장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정성들까지 모여서 새 성전이 예쁜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새 성전을 통해 신자들 각자의 신앙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총 신자 수 1400여 명인 복수동본당은 소공동체 본당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나설 예정이다. 새 성전을 마련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다보니 청소년·청년을 위한 사목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도 했다.

김 신부는 “본당 활동에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사목에 더욱 힘써야 한다”며 “신자 가정방문을 충실히 하고 매일 1가정씩 지향기도를 하는 등 사목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성지순례를 강화하고 노인 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수동성당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 통로와 외벽에는 나뭇잎 모양으로 된 창문이 설치돼 있다. 신자들은 계단을 오르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나무에 올라갔던 자캐오 일화를 떠올린다.

복수동성당 3층에 있는 대성전 모습. 복수동본당은 소공동체 본당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사목활동을 충실히 펼쳐나갈 예정이다.

방준식 bjs@catimes.kr rn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