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잠비아 선교지에서 태권도 가르치며 봉사한 지형배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7-11-14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 보며 제 삶 돌아보게 됐죠”
‘가고 싶다’는 생각, 행동으로 태권도장 다니며 봉사 준비
현지에서 50여 명 가르치며 사제 도와 각종 봉사 도맡아

3~10월 잠비아 솔웨지교구 마냐마본당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봉사를 하고 돌아온 지형배씨는 “다시 보자”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하얀 도복을 입은 청년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지에 울려 퍼졌다. 바로 태권도를 배우는 청년들의 모습이다. 교구 선교사제가 파견된 잠비아 솔웨지교구 마냐마본당에서 지난 3~10월 태권도를 가르치며 봉사한 지형배(마르코·34·수원대리구 망포동예수성심본당)씨를 만났다.

“그저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저를 선교지로 이끌었습니다.”

잠비아에 파견된 김종용 신부가 사목하던 본당에서 청년활동을 하던 지씨는 김 신부가 잠비아에서 선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늘 마음 한구석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지니게 됐다.

특별히 선교나 봉사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 신부의 SNS를 통해 본 잠비아 선교지의 풍경에 막연하게 ‘가고 싶다’는 이끌림을 느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었던 지씨가 선교지에 가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 옮기게 되면서 잠비아행을 마음 먹었다. 마침 휴가차 한국에 온 김 신부가 지씨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이에 흔쾌히 응했다.

대학시절에도 동아리에서 운동을 해오긴 했지만, 잠비아 친구들에게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3개월 동안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준비하기도 했다.

“준비운동과 품새를 위주로 가르쳐줬는데 나중에는 잠비아 친구들이 ‘더 가르쳐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태권도뿐 아니라 모든 걸 열심히 하는 잠비아 친구들을 보면서 제 안의 ‘자만’을 버릴 수 있는 기회도 됐죠.”

올해 5월 잠비아 현지에서 지형배씨가 진행한 태권도 수업에 참가한 청소년·청년들.

지씨는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태권도를 가르쳤다. 10~20대에 이르는 청소년·청년 50여 명이 매일 찾아와 배웠다. 6개월 동안 꾸준히 참석한 사람만도 20여 명이다. 성당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배우고 싶어해서 새벽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잠비아 솔웨지교구 청년대회 중에는 본당 청년들과 함께 1200여 명의 잠비아 청년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지씨는 “특히 콩고에서 온 난민 청년들이 가장 열심히 태권도를 배웠다”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면서 ‘내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환경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선교지에 가는 봉사자는 단순히 봉사가 아니라 선교를 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부님이 활동을 잘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바로 선교죠.”

지씨가 잠비아에서 태권도만 가르쳤던 것은 아니다. 지씨는 현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김종용 신부의 손발이 돼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김 신부는 본당과 공소 사목뿐 아니라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지원, 신자 면담, 장학금 전달, 공소건물 건축과 인부 관리, 트럭이나 굴착기 운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을 혼자 해내고 있었다. 지씨는 선교지에 있는 동안 “어떤 일이든 내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김 신부를 도왔다.

지씨는 “신부님이 너무 많은 일을 하면서 선교에 투신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됐다”면서 “특히 그저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신부님의 활동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6개월간의 봉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씨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시 잠비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 여전히 지씨의 마음에는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해맑은 표정으로 미소 짓는 잠비아 어린이들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한국에 오면서 ‘다시 보자’고 잠비아 친구에게 인사하니 ‘언제 다시보냐’면서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어릴 적부터 봉사하면서 만난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다시 온다고 말하고는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음에는 장기간 방문이 아닐지라도 다시 잠비아를 가고 싶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