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성모 마리아의 탄생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rn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1-07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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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러시아 이콘 ‘성모 탄생’.

성모 마리아 탄생 축일은 5세기 예루살렘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승에 따르면 마리아가 태어난 집이 성 안나 성당 인근 베짜타 못 옆에 있었다고 한다.

성모의 탄생일로 전해지는 9월 8일은 인류의 구세사가 준비되고 시작되는 시기이기에, 초기 비잔틴 전례에서는 모든 축제의 기원으로 간주했다. 또 이날은 육일 동안의 창조와 일곱 번째 날의 휴식,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여덟 번째 날의 풍요함과 새로운 시작도 나타낸다.

그러기에 숫자 8은 예비신자가 새로 주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곳인 세례대도, 그 세례대가 있는 세례당에도 적용돼 그 모양이 팔각형으로 지어지곤 했다.

마리아의 부모, 즉 예수 그리스도 ‘조부모’의 이름은 성경엔 나오지 않지만 전해오는 전승과 위경인 야고보 복음서를 통해 전해진다.

지난 호 ‘성녀 안나’에서 소개 한 것과 같이 부유하고 경건한 이스라엘 사람인 요아킴과 그의 아내 안나는 오랫동안 아기를 갖지 못해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바치고 있었는데, 그들 각자에게 천사가 방문해 하느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아기를 갖게 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이렇게 해 안나는 예수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를 임신하게 된다. 이는 “하느님께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안나의 임신 이야기는 구약에 나오는 불임 여성들의 이야기들과도 유사하다. 늙은 나이에 이사악을 잉태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 마리아의 사촌이자 요한 세례자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의 임신 이야기가 그러하다.

마리아의 탄생 이콘을 보면 안나는 침상에 누워있고, 세 하녀들이 안나에게 컵과 부채 그리고 생명을 상징하는 계란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 하단에는 한 명의 하녀와 산파가 아기 마리아를 목욕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요아킴은 옆 건물의 창에서 조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아기의 크기로 묘사되어 있지만, 그분의 거룩함을 나타내는 후광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글자가 희랍어 약자로 표시돼 있다.

서방 가톨릭에서는 마리아가 그 어머니 안나의 태중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원죄가 없었다고 가르치며, 1854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믿을 교리로 선포됐다.

동방교회에서는 이 교리가 아담의 후손들과 분리하는 듯한 오해를 주기에 교리화하지는 않고 있다.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rn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