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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특별기고] (하) 위령성월에 생각해보는 장례문화

최하원(그레고리오)rn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상임이사, 영화감독rn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1-07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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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장례의 90퍼센트가 화장인데, 불과 몇 시간 입는 수의에 수백 만 원 심지어 천만 원 넘는 돈을 쓰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여덟 살 때, 그토록 좋아했던 할머니의 상을 맞았다. 염습이 끝나고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뵈라는 어른들 말씀에 관 앞에 다가갔다. 흉한 삼베로 싼 할머니 시신을 본 순간 지금껏 다정했던 할머니를 잃었고 공포가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대체하고 말았다.

고인이 평소 좋아해서 아꼈던 옷이나, 실비 10~20만 원 정도의 산뜻하고 보기 좋은 개량 수의도 훌륭하다. 뒤늦은 효성, 과시욕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장례비용 낭비는 두고두고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날 입관예절 때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이웃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염습이 행해진다. 남의 죽음을 통해 내 죽음을 생각하라는 교회의 권고이며, 죽음 뒤의 부활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연도가 시작된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서 올 제, 야만족을 야곱 집안이 떠나서 올 제, 유다는 주님의 성소가 되고 이스라엘은 당신의 나라가 되었도다. 바다가 보고서 도망을 치고 요르단이 거슬러 흘러갔도다....” 과연 이 기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대로 이해 못하는 기도라면 그 노래는 위선이며 하느님께 대한 모독은 아닐지 모르겠다. 이 순간, 항상 유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장례기간 동안 연옥, 공심판 등 평소 잘 생각지 않던 물음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때에 따라 민망할 정도로 황당한 답변이 뒤따르기도 한다.

또한 이 시기는 냉담교우들을 회두시킬 수 있는 최상의 기회가 된다.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는 소정의 입교절차를 밟지 않고 받을 사람의 원의를 확인하고 주요 교리를 일러주어 믿게 하고 죄를 통회케 한 후 임종대세(代洗)를 준다. 이기적인 선교만을 위한 대세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선교가 어려운 이 시대, 대세의 활용은 고려해봄직하다.

장례미사는 거의 새벽에 치러진다. 화장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다시 운구예절의 연도를 하게 되는데 수록된 시편 역시 너무 난해하다.

고인을 떠난 보낸 후 삼우날에는 유가족이 모두 미사에 참여한 뒤 묘소를 찾아 삼우제를 올린다. 내 생각에 이 삼우 미사 끝에, 신부님이나 수녀님께서 유가족을 방으로 안내해 이들이 장례예절 동안 어느 정도 품었던 교회에 대한 고마움과 신뢰가 선교로 이어지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한다.

그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기도, 고인을 위한 지속적인 연도 권유다. 미숙한 유가족의 연도를 돕기 위해 당분간 매일 저녁, 부담이 안 될 시간에 유가족의 집에서 함께 연도를 권하는 것이다.

그 구역의 반원 레지오 단원 등도 함께해서 차츰 이들의 냉담을 풀게 하고, 비신자라면 교회를 찾게 만드는 것이다. 집안에 고상, 성모상, 촛대도 없으면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삼우미사는 연령회 상장봉사의 결실이 되어야 한다.

장례미사를 통해 죽은 영혼은 정화되고, 가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하느님 품에 안겼다는 안도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또 참여한 교우들은 부활 신앙의 확신으로 더욱 믿음이 굳어지고 성숙될 것이며 비신자들과 손님들은 처음 경험하는 장례미사의 엄숙함과 사제의 강론에 감동 받아 자신도 꼭 이런 장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더욱이 사도예절에서는 고인을 잘 아는 친구든 친척이든 내 생전에 진솔한 모습을 추억하므로 무겁고 슬픈 장례가 아닌, 부활한 영생의 삶을 축하하는 즐거운 밤이 되도록 한다.

연령회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 시대, 선교를 위한 무한한 가능성의 도구이다.

최하원(그레고리오)rn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상임이사, 영화감독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