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며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1-07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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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꼭 500년 전인 1517년에 일어난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와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우리신학연구소가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마련한 기념 세미나는 끊임없는 성찰과 쇄신의 필요성을 돌아보게 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 나온 내용들의 골자는 교회의 소통구조에 대한 것이다. 한 마디로 교회가 그 시대를 담아낼 적절한 소통구조를 담보해낼 때만 하느님 백성들이 길을 잃지 않고 주님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5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가 종교개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 속에 있는 교회,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잠시도 쇄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역사는 하느님 백성으로 이루어진 교회가 끊임없이 자기 쇄신을 해나갈 때 하느님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항상 깨어있으라’는 주님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돌아보면 성찰과 쇄신을 위한 노력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신자 수, 봉헌금, 성당 건축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듯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쇄신해야 할 정확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결국 이러한 모습 또한 500년 전 소통의 부재가 초래한 분열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 자녀인 그리스도인에게는 함께 깨어 기도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세파는 언제든 신앙공동체를 흔들어 혼란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잠시도 성찰의 자세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