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교구 이곳저곳] (27) 안양 가톨릭사회복지회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11-07 수정일 2017-11-07 발행일 2017-11-12 제 306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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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에 자리 잡은 교구 사회복지활동 중심지
정부 시책으로 공장 들어서자 가난한 여공들 몰려와 취업
1969년 기숙사 시설로 설립, 현재는 사회복지기관 보금자리

안양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양동 일대. 번화가인 안양1번가에다 기차역과 지하철역, 시외버스터미널, 안양중앙시장 등이 밀집돼 하루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이렇게 북적이는 도심 한복판에서 더욱 소외될 수 있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구의 손길이 만들어낸 곳이 있다. 바로 안양 가톨릭사회복지회관이다.

안양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양동에 자리잡고 있는 가톨릭사회복지회관 전경.

봇짐을 지고 가는 할머니, 또래들과 어울리며 장난치는 어린이들, 물건을 파는 상인들, 바쁘게 움직이는 배달부들. 좁은 길목에 차와 사람이 북적인다.

안양중앙시장 입구에 다다르니 비스듬한 마름모꼴의 거대한 건축물이 보인다. 안양대리구 중앙성당이다. 그 맞은편에 안양 가톨릭사회복지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회관이 문을 연 것은 1969년 6월 10일이다. 당시 안양 지역에는 정부가 주도한 경제시책에 따라 섬유, 제지 등에 관련된 수많은 공장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 공장에 취업하기 위해 많은 젊은 여성들이 안양으로 몰려왔다. 공장에 다니기 위해 안양을 찾아왔지만 여성 근로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마땅히 없었다. 이 지역에서 남는 방이 있는 집에선 거의 하숙이나 자취방을 제공했지만, 그나마도 부족해 많은 근로자들이 살 곳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중앙본당 주임이었던 정원진 신부는 저임금을 받으면서 객지 생활을 하는 여성 근로자들을 위해 기숙사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당시 교구장이었던 윤공희 주교에게 이를 건의했다. 교구도 신설된 지 얼마 안 돼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와 선교를 할 수 있는 이 사업에 나섰다. 마침내 교구는 근로자회관을 세웠고 회관 운영을 국제가톨릭형제회(AFI)에 맡겼다.

이어 1971년에는 강당을, 1976년에는 남성근로자 기숙사를 증축했다. 회관은 기숙사 용도 외에도 노동자들과 교회 및 지역사회에 개방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장소로 적극 활용됐다.

예술제를 준비 중인 안양엠마우스 선데이아카데미 어린이들.

회관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안양엠마우스 선데이아카데미 어린이들이 엠마우스 예술제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회관에서는 매주일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학교 교과나 예능 과목을 무료로 가르치는 선데이아카데미가 진행되고 있다. 안양엠마우스도 회관 내에 자리를 잡고 이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목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국제가톨릭형제회가 운영하던 회관은 2009년부터 교구가 운영, 교구의 이주사목뿐 아니라 교정사목, 장애인사목 등 활동의 중심지가 됐다. 교구 내 사회복지기관을 총괄하는 사회복지회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회관 별관에는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과 안양지역자활센터 등도 있다. 덕분에 회관은 교구 사회복지활동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복지활동 관련 봉사자가 아니더라도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공간 또한 갖추고 있다. 바로 회관 1층에 있는 카페 포르테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한다. 이 매장에서는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만든 쿠키와 안양엠마우스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제작한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회관 1층 카페 포르테에서는 장애인과 이주민 여성들이 만든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