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칠레] "마르카 찬초"

문석훈 신부
입력일 2017-10-31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11-05 제 306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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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칠레는 봄인가 했더니 벌써 여름이 왔네요.

저녁 8시가 되어도 해가 떨어지지 않고, 해가 있는 동안은 너무도 뜨거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서 주변에 감기환자들이 많이 보입니다. 한국도 슬슬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겠죠?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칠레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칠레 사람들의 발음이나 억양은 너무도 독특해서 주변 나라 사람들도 종종 알아듣기 어렵다고 할 정도입니다.

칠레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더욱 어려운 것은 칠레 사람들의 단어 중에는 칠레 사람들만 쓰는 ‘칠레니스모’(일종의 은어)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칠레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런 말들이기에 저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단어를 하나하나 알게 됐답니다.

수많은 칠레니스모 중에서 ‘marca chancho’(마르카 찬초)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르카는 상표라는 뜻이고, 찬초는 돼지를 이야기하죠.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예전에 칠레에 발파라이소라는 곳의 한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찬초’라고 상표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물건의 질이 너무 좋지 않았고, 사람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이 공장은 문을 닫게 됐고, 그 이후에 사람들은 질이 떨어지는 물건이나 겉만 번지르르한 것들을 두고 “마르카 찬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단어를 얼마 전 강론에 써먹게 됐죠. 90% 이상 세례를 받고 첫 영성체나 견진성사를 받으면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칠레 사람들인데 막상 본당 참여율은 50~60%이고, 첫 영성체를 하면 다음날부터 성당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 견진을 한다고 옷을 빼입고 와서는 다음날부터는 찾아볼 수 없는 청년들. 그래서 이런 신앙생활이 여러분이 사용하는 단어 ‘마르카 찬초’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말했죠. 그랬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신앙의 껍데기는 번지르르하면서 속 알맹이 없는 그런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겉 뿐만 아니라 속도 만드신 하느님을 눈속임하는 그런 ‘마르카 찬초’가 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늘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믿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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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