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기도발이 세도 너무 세었던 / 황광지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10-31 수정일 2017-10-31 발행일 2017-11-05 제 306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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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알리피오는 온갖 구실을 붙였다. 나중에 갈게, 다음에 갈게, 더 있다 갈게. 성당에 가는 일로 나를 심장 상하게 하는 일이 많았다. 나는 늘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하루빨리 우리 알리피오가 주님대전에 나아가게 해주소서.”

성당에 안 가는 것 빼고는 다 괜찮은 알리피오와 둘이서 희귀한 난을 찾으러 즐겁게 산으로 갔다. 나보다 먼저 높은 곳을 오르던 그는 그만 실족하여 떨어졌고, 바로 심장마비가 와서 내가 보는 앞에서 주님대전으로 가버렸다.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참 어처구니없이 떠났다. 나는 참으로 억울했다. 내가 빌었던 주님대전은 그 주님대전이 아닌데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빨리 데려가시다니, 기도발이 세도 너무 세었던가?’ 나는 이 생각을 하면 깊은 슬픔에 잠겼다가도, 몹쓸 웃음이 삐져나오곤 했다.

얼마 전, 알리피오의 기일을 맞아 경산에 있는 장미공원을 찾아 “주님대전에서 잘 있겠지?”하면서 성묘를 했다. 이제 덤덤하게 무덤 위의 잡초도 손질하고 농담도 던질 수 있을 만큼 세월이 충분히 지났다. 오래오래 살 줄 알고 있는 대로 핑계를 대다가 갑자기 불려간 그곳에서 알리피오는 심장 상하는 일은 없는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남편이 떠난 후로는 이 기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밥 먹을 때마다 남달리 지극정성으로 바쳤으니 하늘에 닿고도 남았을 것이다. 밥상 곁에는 항상 알리피오가 있다. 특히 11월에는 그가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아 좋다. 위령성월을 맞아, 성당에만 잘 갔으면 더 나무랄 것이 없었던 죽은 남편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내 글을 끝맺는다.

황광지(가타리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