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43)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판 대성당’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입력일 2017-10-31 수정일 2017-10-31 발행일 2017-11-05 제 306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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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낭만이 흐르는 ‘예술의 도시’ 중심에 위치

성 슈테판 대성당 내부. 커다란 유리화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음악과 낭만이 흘러넘치는 예술의 도시 빈에는 궁전과 음악당,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아 사람들의 삶을 즐겁게 해 준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수도 빈의 중심에 자리 잡은 ‘성 슈테판 대성당’(St. Stephen’s Cathedral/Stephansdom)이다.

교회의 최초 순교자인 성 스테파노를 주보성인으로 한 이 성당은 빈의 랜드마크로 세계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다. 유럽의 대성당들처럼 외부와 내부에 아름다운 성물이 가득하고 그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정화되고 새로워진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으로 세워진 슈테판성당은 여러 세월에 걸쳐 증축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성당 유적지에 1137년부터 새 성당 공사가 시작돼 1160년에 완공됐다. 그러나 이 성당은 1258년 화재로 많이 소실돼 여러 세기에 걸쳐서 복원과 증축을 거듭했다.

서쪽 정면의 양쪽에 있는 탑에서 13세기 로마네스크 교회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이 탑을 ‘이교도 탑’이라고 부른다. 이 문의 재료로 사용한 돌들을 로마인의 저택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 성당 남쪽의 탑은 136m에 이르는데 1368년에 만들기 시작해 1433년에 완성했다. 성당 길이는 107m, 폭은 70m, 내부의 높이는 27m에 이른다.

성 슈테판 대성당 외부 전경.

슈테판성당 곳곳에서는 정교한 장식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성당 벽면이나 종탑에서 뿐 아니라 지붕도 23만 개에 이르는 여러 색의 도자 타일로 장식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지붕 위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독수리 문양은 신성 로마 제국의 상징이며, 군인의 코트 문양은 비엔나와 오스트리아 군대를 상징한다. 갈매기가 하늘 높이 나는 듯한 기하학적인 지붕 문양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

남쪽의 높은 종탑 위는 418개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고, 가장 높은 곳에 전망대가 있다. 그곳에 서면 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그곳에서 성당의 아름다운 지붕을 살펴볼 수 있다. 옛 사람들은 성당을 지으면서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부분뿐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지붕조차도 온갖 정성을 다해 꾸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당 내부에는 커다란 유리화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신비로우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 빛은 성당의 대리석 기둥과 바닥, 천장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아름답게 물들인다.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표현한 제단 조각상.

이곳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물은 중앙 제단 왼쪽의 작은 경당에 있는 성상 조각 패널이다. 성모 마리아의 주요 일생을 묘사한 이 작품은 후기 고딕 시대인 1447년에 프레데릭 3세(Frederic Ⅲ)의 지시로 제작됐다. 후에 여러 수도원에 설치됐다가 1885년에 슈테판성당의 작은 경당으로 옮겨졌다. 나무 조각에 채색을 한 이 접이식 조각은 매우 친숙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사람들은 이 성상을 보면서 성모자와 성인성녀들이 우리와 멀리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분이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성당의 중간 왼쪽에는 1514년에 안톤 필그람(Anton Pilgram·1460(?)~1516년)이 대리석으로 만든 강론대가 있다. 후기 고딕 시대에 제작된 이 작품에는 네 명의 교부 성인과 여러 동물이 정교하게 새겨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강론대 하단에 자신의 모습도 새겨 놓았다. 그 외에도 성당 곳곳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성상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의 성당들이 그렇듯 슈테판성당도 화재와 전쟁 등으로 크게 파손된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사람들은 성당을 보수하거나 증축하면서 훼손된 성물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성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성당 부속 박물관이다. 대성당의 오래된 성상과 유리화 등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빈 박물관(Wien Museum)에 잘 전시돼 있다. 이 성당에서 나온 유물로도 박물관의 주요 부분을 알차게 채울 수 있었다.

유럽의 대성당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값진 성물을 부속 박물관에 보존해 잘 전시하고 있다. 성물이 있던 원래의 자리에는 원작품과 똑같은 모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슈테판성당도 교회의 이런 흐름을 잘 받아들여 원작품의 보존과 전시에 많은 힘을 쏟는다.

슈테판성당이 이처럼 건물과 그 안에 있는 유물을 잘 보존하는 것은 그 안에 교회의 소중한 역사가 담겨있음을 알고 전문적이며 체계적인 관리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성당과 유물의 복원 작업은 최근까지도 진행해 지금은 매우 좋은 상태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교회의 역사도 어느덧 200년을 훌쩍 넘어 300년을 향하고 있다. 교회 내외부에 있는 소중하고 값진 유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교회의 모든 유물을 전문적이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 가운데서 값진 것은 박물관에 보관해 유물 안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유물은 신앙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선물이며 우리가 잘 보존하고 관리하여 신앙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고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