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제12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핵재처리 실험 저지 30㎞연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10-24 수정일 2017-10-24 발행일 2017-10-29 제 306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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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핵시설 밀집지역 주민 ‘탈핵운동’ 공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10월 19일 부산 은혜의집에서 제12회 가톨릭 환경상 시상식을 열었다. 시상식 후 강우일 주교(앞줄 가운데)와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제공

대전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돼 탈핵운동을 펼치고 있는 ‘핵재처리 실험 저지 30㎞연대’(이하 30㎞연대)가 제12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았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10월 19일 오후 부산 은혜의집 1층 강당에서 시상식을 열고 30㎞연대에 상패와 상금 300만 원을 수여했다.

30㎞연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생산공장 등 핵발전소와 밀접히 관련된 시설들이 대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고 핵관련 시설들로부터 반경 30㎞ 이내에 28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단체이름을 정했다. 2013년 6월 대전 유성구에서 ‘핵안전주민모임’으로 시작한 30㎞연대에는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80여 종교, 시민단체들도 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올해 7월부터 핵재처리 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하며 논란을 일으키자 올해 1월 대전, 세종, 충남지역 시민들, 사회단체들과 핵재처리 실험을 막기 위한 30㎞연대를 출범시켰다.

내 지역 환경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는 정신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30㎞연대는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유성구 조례 제정, 원자력 안전협약 체결, 원자력 안전성 시민검증단 구성 등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30㎞연대를 올해 가톨릭 환경상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가톨릭교회 밖으로까지 수상 후보자의 범위를 넓혔고, 30㎞연대의 탈핵 활동이 대전지역의 탈핵 문제가 지역만의 사안이 아닌 전국적, 전국민적 사안임을 알린 노고를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30㎞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은 수상 소감에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 모든 핵을 폐기하기 위한 평화운동으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대전과 전국의 모든 핵시설 문제는 하나의 문제이고 하나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환경상 우수상(상금 200만 원)은 경북 영천 산자연중학교에 돌아갔다. 산자연중학교는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쇠락해 가던 영천시 화북면을 학생들과 마을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는 활발하고 생명력 넘치는 농촌으로 회복시키는 소중한 역할을 맡아 왔다. 특히 생태환경 교육에 주안점을 둔 학교 운영으로 학생들 자신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창조 질서 회복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장려상(상금 100만 원)은 제주 애월읍이 수상하며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애월읍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읍민 모두의 공감을 바탕으로 초·중학생들이 ‘쓰레기 Zero(제로) 원정대’를 만들어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재활용품 분리배출 생활화에도 앞장섰다. 또한 노인들과 청년회,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1회용품 쓰지 않기와 쓰레기 50% 줄이기도 적극 실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역시 제주지역인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는 2017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생태적 회개의 삶을 사는 소공동체’를 교리교육에 반영해 창조질서 회복에 책임 있게 나선 공로로 특별상을 받았다.

이경자 집행위원장은 “핵무기와 같이 핵발전도 화해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 ‘30㎞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

“핵발전은 화해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경자(52) ‘핵재처리 실험 저지 30㎞연대’(이하 30㎞연대) 집행위원장은 10월 19일 제12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받은 뒤 “환경운동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온 가톨릭교회에서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국 곳곳에서 탈핵 활동을 하는 많은 분들이 계심에도 30㎞연대에 가톨릭 환경상을 주신 것에 기쁘기도 하지만 앞으로 중심을 잃지 말고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로 여겨져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30㎞연대는 올해 1월 현재의 단체명으로 출범했지만 탈핵 운동은 이미 2013년부터 대전 유성구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30㎞연대의 지역적 배경에 대해 “대전 한복판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핵관련 시설들이 밀집해 있고 그로부터 반경 30㎞ 안에 28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어 엄청난 고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30㎞연대는 대전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 지역 종교, 시민사회단체들과도 연대를 이뤄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민간원자력환경안전감시 조례제정 청원, 핵연료시설증설 반대운동,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투기 사실 알림 활동 등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2015년 12월 유성구 조례안이 구 본회의에서 가결된 일은 전국 탈핵단체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 위원장은 환경운동 분야 가운데 탈핵이 갖는 의미에 대해 “탈핵 활동은 선택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핵’을 반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모든 대형 재난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핵 관련 사고는 발생 이후가 본격적 재앙의 시작이고 그 끝을 알 수 없으며 어떤 사후 대책도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닐뿐더러 작은 사고라도 아주 오래도록 엄청난 피해와 방사능 오염이라는 재앙을 남기기 때문에 핵무기와 같이 핵발전도 화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