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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내 아들

김영실(레지나·의정부교구 남양주 덕소본당)
입력일 2017-10-24 수정일 2017-10-25 발행일 2017-10-29 제 306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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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뒤이은 가정 파탄. 결국 그 충격에 아들은 우울증과 공황 장애에 걸렸습니다. 제법 성공해 잘 벌며 살아가던 아들이었습니다. 한때는 희희낙락 세상이 다 제 것인 양 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아들이 밤이면 헉헉 거렸습니다. 숨을 쉴 수 없다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몸부림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미의 가슴에는 대못이 박혔습니다. 볼 때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3,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예수님 고통에 동참한 성모님의 마음이 이렇게 아프셨을까, 백 분의 일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아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취직을 한다더니, 지금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출근해 저녁에 기운이 다 빠져 퇴근합니다. 힘이 많이 들고 냄새가 지독한, 아무도 가지 않는 ‘3D 업종’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아오지 탄광 같은 곳이라고요. 며칠이나 다닐까 싶고, 그런 나쁜 직장에 간다는 게 싫어 만류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독하게 결심했나 봅니다. 본인이 한 번 이겨보겠다고, 이길 것이라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어머니, 나 성당에나 나가볼까.” 이 말을 내뱉던 날부터였습니다. 아들은 저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성당에나 나가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가 반가워 바로 성당에 데리고 갔습니다. 레지오 마리애에도 입단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성경책도 읽고 싶지 않고, 성당에도 가기 싫다며 꼭 어린아이처럼 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레지오 마리애에 빠지지 않고 나갑니다.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전교에까지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믿음도 부족하고 성경 말씀도 모르면서 네가 어떻게 전교를 하느냐”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렇습니다.

“장황하게 진리니, 사랑이니, 부활이니, 선악과니 해봐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입교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요? 다만 안 다니는 것보다는 다니는 편이 좋다고. 외롭고 괴로운데 하소연할 사람이 없을 때, 하늘을 보면서 ‘아이고 하느님~’ 하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성당 안에 들어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다 그분의 뜻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네, 당신의 뜻임에 확신이 갔습니다. 감사 기도와 함께 한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요즘은 아들이 술도 덜 마시고 일찍 일어나 출근 전 새벽 미사도 갑니다. 이 변화가 당신 뜻이 아닐 수 없지 않습니까. 하느님. 우리 아들 가는 길, 당신이 늘 함께 해주십시오. 사랑의 하느님!

김영실(레지나·의정부교구 남양주 덕소본당)